청담 르엘 공사현장에 '공사 중단 예고' 현수막 게시
공정률 50%에도 공사비 수금률 5.6%…"진행 불가"
분양일정·공기연장·공사비 등 조합과 협의 진전 無
[미디어펜=김준희 기자]롯데건설이 서울 강남구 청담 삼익아파트 재건축(청담 르엘) 현장에 ‘공사 중단’이라는 배수의 진을 쳤다. 조합과 협의 진전 없이 분양일정이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실제 이행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롯데건설 사옥 전경./사진=롯데건설


19일 업계에 따르면 청담 르엘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지난 17일 공사 현장에 ‘공사중지 예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서 롯데건설 측은 “2021년 12월 착공 후 약 4855억 원(직접공사비 2475억 원, 대여급 1080억 원, 사업비 1300억 원)을 투입하고 있으나 조합은 도급계약상 의무(일반분양, 조합요청 마감재 변경에 따른 공기연장, 도급공사비 정산 등)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부득이 공사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017년 6월 이 사업을 수주한 뒤 같은 해 8월 3726억 원에 조합과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조합분 공사비 404억 원을 포함해 6313억 원으로 58% 증액하는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 기준 공정률이 50%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수금률이 5.6%에 그치면서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 당초 지난해로 예정됐던 일반분양 일정도 차일피일 연기돼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롯데건설 입장에서도 공사 중단은 피하고 싶은 선택지다. 조합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일반분양 진행 후 공사를 마무리 짓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원자잿값 및 인건비가 날로 치솟는 상황에서 공사 중단으로 인한 매몰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건설이 공사 중단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해 10월 새로 들어선 조합 집행부 측과 협의가 전혀 진전이 되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실착공한 청담 르엘은 공사도급계약서상 30일 이내 일반분양이 이뤄져야 했다. 그러나 관리처분 및 설계변경을 비롯해 마감 및 추가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해 일정이 지연돼왔다.

롯데건설 측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조합원 분양은 지난 4월 시행됐으나 일반분양 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롯데건설이 분양 지연에 대한 금융비용을 매월 청구하고 있으나 이 또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5월 관리처분총회 통과 이후 조합에서 마감재 및 설계 변경 등을 요구함에 따라 공기 연장 및 공사비가 증액될 수 있음을 롯데건설이 공문으로 통보했으나, 조합은 이 또한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하철 7호선과 사업부지가 연접해 있고 노선 부근 지반이 약해 문제점 예방을 위해 공법을 변경하면서 이에 따른 공사기간을 10개월 연장했으며 이는 이미 총회 통과 완료 후 도급계약서에 반영했다"며 "이번에 조합에 요구한 공기 연장은 조합의 마감재 및 설계 변경 추가 요구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마감재와 관련해서도 조합은 지난해 6월 공사 진행 도중 업그레이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과 협의하지 않은 마감재와 금액을 총회에 상정 후 통과시킨 다음 롯데건설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은 조합에 지난달 31일과 이달 7·14일 총 세 차례에 걸쳐 '계약이행 촉구 및 공사중단 공문'을 발송했다. 강남구청에서도 양 측 중재에 나섰으나 조합에서 공사비와 공기 연장 등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 같은 내용은 롯데건설이 공사 중단 예고 현수막을 게시하기 전까지 조합원에 공유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조합에서 공문 수령 사실 및 그간 협의사항을 조합원에 공유하지 않아 현수막을 통해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협의 진전 없이 일반분양이 계속해서 연기될 경우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조합과 협의 불가 시 도급계약상 최고 후 계약이행기간 90일이 지난 9월 1일부터 공사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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