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모두 특정 종목 편중 심하고 '테마주' 수급 쏠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 증시가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AI) 테마로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종목별 편중에 대한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한국 증시의 경우 지수도 그렇지만 종목별 성적은 더욱 부진하다는 평가다. 건강한 상승 대신 테마주 쏠림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어 시선이 집중된다.

   
▲ 미국 증시가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AI) 테마로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종목별 편중에 대한 지적도 함께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가 연일 축포를 쏘고 있지만 그 분위기가 좀처럼 국내 증시로까지 옮겨붙지는 않고 있다. 곰곰이 뜯어 보면 미국 증시 내에서조차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엔비디아가 이끄는 AI 열풍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으나 이 안에서조차 종목별 편중 현상이 포착된다.

지난밤 시가총액 3조3350억달러를 상회하며 끝내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꿰찬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에만 2.5배 정도 급등한 상태다. 함께 경쟁하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등 소위 ‘M7’ 종목들이 대체로 올랐지만 상승률 측면에서 엔비디아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S&P500 지수와 나스닥이 연중 내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이 회사에서 비롯된다.

역설적이게도 CNN이 매일 발표하는 미국 주식시장의 투자심리 지표 ‘공포와 탐욕지수(Fear & Greed Index)’는 현재 공포(Fear) 구간에 머물러 있다. 연일 터지는 축포의 뒤편에선 ‘증시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심리 또한 만연해 있다. 심지어 AI 테마에서 배제된 종목의 경우 상승률마저 신통치 않을 것이라는 가설이 가능해지는 부분이다.

한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애초에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고작 약 4% 정도 올랐을 뿐이다. 코스닥은 아예 연초 대비 약 1% 정도 하락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장주 삼성전자의 흐름이 연초 대비 약 1.7% 상승에 그치는 등 매우 부진하다. 엔비디아 폭등의 수혜를 받는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를 혼자서 소위 ‘하드캐리’ 하고 있을 뿐이다.

SK하이닉스의 상승률은 올해 들어 약 65%에 달한다. 시가총액 170조원에 달하는 대형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빅테크들만큼이나 기민하게 시장 상황에 반응하며 발군의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 엔비디아에 올라타지 못한 투자자들이 그러하듯 SK하이닉스를 매수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소외현상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국내 증시 흐름이 몇몇 종목들에 편중돼 있다 보니 지수는 소폭이나마 올랐어도 증시 전체로 보면 하락 종목 숫자가 훨씬 많은 기현상이 연일 반복된다. 어제인 지난 18일의 경우에도 코스피는 0.72% 상승했지만 실제로 주가가 오른 종목은 381종목이었던 반면 하락은 499종목에 달했다. 코스닥의 경우에도 지수 변동은 거의 없었지만 상승 종목이 625개였던 반면 하락 종목은 935개나 됐다.

결국 미국이나 한국 모두 특정 종목‧섹터에 편중된 장세 흐름이 지속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테마 종목들이 널뛰기 현상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게임스탑(GME) 등 이른바 밈주식들이 강력한 수급에 기반한 급등락세를 반복 중이다. 한국의 경우 영일만 석유 시추와 관련된 ‘대왕고래 테마’가 가장 최근의 테마주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은 이미 리스크 관리에 나선 모습이라 눈길을 끈다. 각 증권사들은 자체평가 과정을 거쳐 특정 종목들에 대해 위탁증거금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증권은 영일만 테마로 부각 받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올렸다.

키움증권과 KB증권은 화장품 테마 실리콘투의 증거금률을 100%로 올렸으며 메리츠증권 역시 펨텍코리아·클리오·한국화장품제조·아이패밀리에스씨·선진뷰티사이언스 등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하며 선제적 위험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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