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전대 다가오자 합심해 '한동훈 견제' 수위 높여
전대 실무준비 중인 나경원, 출마 선언만 남아…1년 전과 달라
보수 정통성 누구에게 있나 vs 대중성 감안하면 '어대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두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측근 그룹의 정체성을 놓고 당심을 잡기 위해 맞붙은 모습이다.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에 대한 견제 총력전에 나서면서, 친윤계가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힌 나경원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지 주목된다.

최근 이러한 당내 분위기는 1년 전 전당대회와는 확연히 다르다.

앞서 지난해 2월 당시 책임당원 여론조사로 진행하는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를 하루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은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와 회동을 갖고 지지 선언까지 했다. 당시 '윤핵관' 등 친윤계의 압박으로 불출마를 선언한지 13일 만이었다.

나경원 의원은 19일 자신이 친윤계가 힘을 실어줘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라는 정치권 관측에 대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가 지금껏 걸어온 정치에는 친(親)도 반(反)도 없었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나 의원은 글에서 "특정 계파에 줄 서거나 편승하는 정치를 했다면 5선 수도권 정치인의 자리에 결코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전당대화 당시 벌어진 일을 인식한듯한 발언이다.

   
▲ 2024년 4월 1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 왼쪽)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년 2월 20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서울 동작을 선거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특히 나 의원은 "우리 당은 스스로 친윤, 비윤, 반윤 또는 친한과 반한 이런 것들과 과감히 결별했으면 한다"며 "완전히 잊고 묻어버렸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로 그런 것들이 우리 당을 힘들게 했다. 패배 원인이었다. 보수 재집권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우리부터 하나가 돼야 한다. 끈끈한 원팀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당대회 실무 준비 중인 나 의원은 앞으로 출마 선언만 남았다. 이르면 오는 20일 전격적인 출마 선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친윤계 지지가 현실화될 경우 나 의원이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건이다.

국민의힘 새 사령탑을 뽑는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해 친윤계가 어떤 카드를 택할지 주목된다.

당장은 한 전 위원장 주변 인물을 고리로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끝나는대로 나 의원 등 특정후보에게 당원들의 쏠림 현상을 유도할 수도 있다.

실제로 친윤계는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김기현 후보 지지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연판장까지 돌리며 나 의원을 주저앉힌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간의 불화설을 부각시키면서 친윤계에 대한 당내 일각의 거부감을 희석시킬 수도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이날 본보 취재에 "총선 참패 원인이 대통령에게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당의 책임은 비대위원장이 지는 것"이라며 "어대한이라는 프레임은 일종의 이미지 싸움"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당심이나 민심은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해서 바뀐다"며 "한동훈 전 위원장은 대중적 지지도가 높지 당내 경험은 전무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친한계라고 볼 수 있는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 결집도 좀 약하다"며 "전당대회에 다양한 후보군이 등장해서 집권여당의 대중성과 보수 정통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전날 친윤계 유상범 의원 또한 라디오에 나와 "현재 단계에서 여론에서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유력한 것이 맞지만 한 달 간의 (전당대회) 과정 속에서 변화가 생길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어대한은 적극적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한계와 친윤계의 알력 속에 나 의원이 '어대한' 대항마로 떠오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