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재판부가 6공화국의 지원으로 기업이 성장했다며 노 관장 측에 1조3000억 원이 넘는 재산분할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SK그룹 측이 반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측은 SK그룹의 역사를 부정당했다며 상고를 결정한 가운데 노태우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도 SK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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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사진=SK 제공 |
20일 노태우 회고록 하편 '전환기의 대전략'에 따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청와대나 내가 개입한 일은 절대 없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송언종 체신부 장관은 컨소시엄 신청자 간에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보고했다”며 “그럼에도 나와 선경(현 SK)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해 결국에는 선경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태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음 정권에 가서 결국 선경이 이동통신을 인수한 것을 보면 다른 업체들보다 실력이 월등한 것은 분명하다”며 “그런데도 지금까지 제2이동통신 선정과 관련해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SK그룹에서는 1980년대부터 정보통신사업을 준비해왔다. 최종현 선대 회장은 1984년 미국 경영기획실(SK USA)에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을 만들고 선진기술과 정보를 습득하며, 우수 인력을 확보하면서 사업 진출을 위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1988년 미국의 정보통신 기업 ‘테네시 RSA’에 지분 투자를 했으며, 1989년에는 뉴저지주에 현지법인 ‘유크로닉스’를 설립하며 정보통신사업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아울러 시카고 지역 이동통신사 ‘US 셀룰라’에 1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직원들을 파견해 실무경험도 쌓았다.
그 결과 SK는 압도적인 점수차로 경쟁자들을 물리치며 제2이동통신 사업자에 최종 선정됐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인척 기업을 최종 선정한 것이 불공정한 처사라는 유언비어가 나왔고, SK는 사업권을 반납하기까지 했다.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도 사업자 선정을 미루자는 의견은 나왔었다. 노 전 대통령은 “최각규 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관계 장관들이 회의를 했는데 보고를 받아보니 사업자 선정을 미루자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서 4대 그룹이 제외되므로 선경그룹으로 낙착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정치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사업자 선정을 뒤로 미루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 같은 보고를 받고 ‘그게 무슨 소리냐? 경제 문제를 다루면서 왜 정치 논리를 개입시키느냐. 제2이동통신사업은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이니 소신을 갖고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면서도 “정치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송언종 체신부 장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청와대는 일절 관여하지 말라는 원칙을 정해줬다”고 전했다.
결국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문민정부로 넘어갔다. SK는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었던 선대 회장이 특혜 시비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포기하는 대신 한국이동통신 인수에 주력하기로 했다. 제2이동통신 사업자에는 포항제철(현 포스코)과 코오롱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작업은 원칙 속에서 진행됐는데도 ‘사전에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등의 모함이 끊이질 않았다”며 “실무진들은 청문회에라도 서겠다는 각오로 엄정하게 추진한 것이 바로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재계 내에서도 SK의 성장은 6공의 후광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재계 내 한 관계자는 “신세기통신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0년에 SK그룹이 인수하면서 사세를 확장해 현재에 이르렀다”며 “인척 관계로 인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성장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지만 선대회장의 이동통신사업에 일찌감치 진출하겠다고 준비한 것이 성장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 스스로가 회고록을 통해 정경유착 의혹을 전면 부정했는데 노소영 관장이 선친의 업적과 노력을 폄훼하고 있는 꼴“이라며 “재판부의 오류까지 드러난 만큼 최종심의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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