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인도네시아가 한국형 전투기 KF-21의 개발 분담금을 1조 원 줄이기로 하면서 우리나라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추가 분담금을 부담하게 됐다. 개발 과정에서 비용 절감이 이뤄지면서 정부와 KAI의 추가 분담금은 5000억 원 수준이 될 전망이지만 KAI에게는 불똥이 튄 셈이다.
업계 내에서는 KAI가 협상의 주체가 아니고 이윤을 추구하는 민영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추가 분담금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
|
|
▲ 한국형 전투기 KF-21./사진=KAI 제공 |
20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달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KF-21 관련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을 1조6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삭감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KF-21의 전체 개발비의 20%인 1조7000억 원을 부담하고, 관련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이후 인도네시아의 개발 분담금은 1조6000억 원으로 조정됐고 이를 2026년 6월까지 납부하기로 했다.
당시 KF-21 개발비는 총 8조1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우리나라 정부가 60%를 부담하고, 인도네시아와 KAI가 각각 20%를 부담하는 구조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어려운 경제 사정을 이유로 분담금 납부를 미뤄오다가 결국 지난달 개발 분담금을 6000억 원으로 낮추고 관련 기술도 덜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도 인도네시아의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인도네시아가 개발 분담금을 축소하는 게 확정되면 1조 원에 대한 추가 분담금은 정부와 KAI가 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개발 과정 중 공정 개선과 효율화를 통해 1조 원이 아닌 5000억 원만 추가로 부담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KAI가 납부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이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정부가 70%, KAI가 30% 부담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KAI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은 15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KAI의 한 해 영업이익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해 KAI는 영업이익 2475억 원을 기록했는데 수출 확대에 따라 호실적을 올린 것이고 2022년에는 1416억 원, 2021년에는 583억 원의 영업이익을 보였다. 2022년, 2021년과 비교하면 추가 분담금은 한 해 영업이익을 넘어선다.
업계 내에서는 민영기업인 KAI가 추가 분담금을 납부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KAI는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주주로 있지만, 엄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민영기업인데 정부에서 정해주는 비율에 따라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는 KAI의 분담금이 1500억 원으로 예상되지만 상황에 따라 KAI의 분담금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개발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정부가 향후 개발비를 보전해 주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 발생한다는 점은 KAI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KAI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프트웨어, 차세대 유무인복합체계로 영역을 넓히는 상황에서 추가 분담금 납부는 신사업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개발이 순조롭게 완료되면 비용은 보전받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개발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하게 되면 KAI의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며 “KAI도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경영 방향을 설정해 놨는데 이러한 추가 비용 부담은 경영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산업계의 고객이 정부다 보니 사실상 민영기업들도 정부에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KAI와 같은 사례가 다른 기업들에게도 언제든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업계 내에서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