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음에도 결국 상장이 취소된 이노그리드 사태가 업계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 코스닥 시장이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나온 이번 사례는 한국의 기업공개(IPO) 시장 그 자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켰다는 강력한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는 긴장된 시선으로 이번 사태의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음에도 결국 상장이 취소된 이노그리드 사태가 업계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업체 이노그리드의 IPO가 결국 무산되면서 파장이 번지고 있다. 1996년 코스닥 시장이 개장한 이래 상장을 앞둔 기업의 예비심사 승인이 취소된 건 이번이 최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 18일 이노그리드의 상장 심사 효력을 전격 취소한다고 알렸다. '심사신청서 허위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이 원인으로 꼽혔다.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의 법적 분쟁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19년 12월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 지위를 얻은 김명진 대표가 이전 최대주주인 에스앤알코퍼레이션, 그리고 그 최대주주인 박 모씨 등과의 분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노그리드 측은 ‘해당 분쟁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기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지만 거래소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한국거래소가 상장심사 결과를 직접 번복한 사례라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불거진 '파두 사태' 이후 상장을 관리하는 거래소의 ‘허들’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노그리드의 경우 이미 상장준비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보완 요구를 수차례 받았던 터라 '복선'이 이미 깔려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최대주주 분쟁사항의 경우 6차 정정 신고서에서야 기재돼 이번 취소 처분으로 연결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사태가 IPO 사업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파두 때에도 공동 주관사였고 이번 이노그리드의 단독 주관사여서 앞으로의 상장주관 업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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