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경쟁법학회, 'AI와 경쟁법' 공동학술대회
권오승 전 공정위원장 기조발제…"AI 규제 필요"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최근 온라인 플랫폼과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경제가 급격히 발달함에 따라 새로운 경쟁법상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영향은 유지하되 부작용과 문제점만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21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경쟁법학회가 'AI와 경쟁법'을 주제로 개최한 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사진=공정위


권오승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는 21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경쟁법학회가 'AI와 경쟁법'을 주제로 개최한 공동학술대회 기조발제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1980년 '독점규제법'을 제정해 이듬해부터 시행했다. 독점규제법은 그간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거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 행위들을 금지함으로써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아직도 산업분야나 시장에 따라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거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 요소들이 남아 있어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권오승 교수는 "이는 독점규제법이 경제질서의 기본법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수 재벌 중심의 독과점적 시장구조와 수직적 거래 구조 및 이로 인한 각종 경쟁제한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 등이 해당 법의 실효성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 와중에 디지털 경제가 발달하면서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된 것들은 윤곽이나 실태가 어느정도 파악돼 이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되고 있지만, 생성형 AI 발달과 관련된 것들은 아직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와 관련한 대표적 문제점은 AI의 ▲신뢰성 ▲투명성 ▲안전성 확보 ▲저작권 ▲인격권 침해 등이다. 

권 교수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은 정부의 공공정책에 달려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다"고 헸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개발 및 사용'을 위한 AI 행정명령을 발동해 적극 대처하고 있고, 유럽연합(EU)에서는 올해 포괄적인 AI규제법을 제정하해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AI산업의 육성에 필요한 정부 내 전담조직 신설과 연구개발 지원 및 규제 대응 등 내용을 담고 있는 '인공지능 산업의 육성 및 신뢰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AI기본법안)'을 제안한 바 있으나, 1년 넘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계류되고 있다가 제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권 교수는 "생성형 AI의 사용이 확산돼 나갈 것이기 때문에 생성형 AI 사용 실태와 부작용, 문제점부터 정확히 파악해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규제를 도입할 때는 긍정적 영향이나 기능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부작용이나 문제점만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규제 내용과 기준, 절차 등을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규제로 생성형 AI 발전을 위축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규제 도입시기를 적절히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처럼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제점들이 시장 자정기능이나 기업의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선진국에서 AI애 대한 법적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자율규제만으로는 생성형 AI가 제기하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전문가·이해관계자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AI 시장의 경쟁·소비자 이슈를 담는 AI 정책보고서를 연내 발간할 예정이다. 또한 AI 시대에 맞는 경쟁법 집행과 경쟁정책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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