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조건 모두 충족…오는 10월까지 미국 승인 목표
실질적 통합까진 2년 소요 전망…그전까지 독자 운영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년 넘게 뚝심 있게 추진해 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고 있다. 경쟁 당국이 요구한 시정 조치안이 순차적으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연내 기업결합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후보자에 에어인천이 선정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에 사실상 미국의 합병 승인만 남은 상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1월 EU(유럽연합)와 기업결합 사전 협의 절차를 개시, 지난해 1월 정식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다양한 논의 후 지난해 11월 EU에 여객과 화물 사업 등 경쟁 제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시정 조치안을 제출했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한진그룹 제공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은 지난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시정조치의 이행을 경쟁 당국으로부터 확인받은 후 거래종결이 이뤄지는 형태다. 화물 부문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여객 부문에서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 4개 중복 노선을 이관받아 실제 운항을 개시하는 것이 조건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했다. 대한항공은 에어인천과 계약조건을 협의한 후 내달 중 매각 기본 합의서를 체결하고, 이후 유럽 경쟁 당국의 심사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사업 인수 시 거래 확실성, 항공화물 사업의 장기적인 사업 경쟁성 유지 및 발전 성장, 역량 있는 컨소시엄을 통한 자금 동원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에어인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인 조건은 여객 부문 경쟁제한이다. 대한항공은 유럽 4개 노선(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을 티웨이항공에 이관키로 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하반기부터 이들 노선에 순차적으로 취항한다.

대한항공이 EU가 내건 조건을 모두 충촉하면서 두 기업의 합병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두 항공사의 합병까지는 사실상 미국 경쟁 당국의 승인만 남았다. 

   
▲ 대한항공 보잉737-8./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중 미국을 제외하고 13개국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튀르키예(2021년 2월), 대만·태국·필리핀(2021년 5월), 말레이시아(2021년 9월), 베트남(2021년 11월), 한국·싱가포르(2022년 2월), 호주(2022년 9월), 중국(2022년 12월), 영국(2023년 3월), 일본(2024년 1월), EU(2024년 2월) 등 13개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 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조 회장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기업결합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10월 말까지는 최종 승인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과 EU가 요구한 모든 것을 했고 더는 양보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승인은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미국 내 반독점 기조가 강화되고 있어 여러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미국 승인까지 14개국의 승인을 모두 받으면 아시아나항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한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질적 통합까지는 2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그동안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립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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