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성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토트넘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우루과이)가 두번째 사과를 했다. 

이미 당사자인 손흥민은 사과를 받아들이고 용서를 했다. 그럼에도 벤탄쿠르를 향한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벤탄쿠르는 계속 욕을 먹고 있다. 왜 그럴까.

벤탄쿠르는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자국 우루과이의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쏘니? 어쩌면 그의 사촌 유니폼일 수도 있다. 어차피 그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잖아"라고 말했다. 동양인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는 말은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다.

이 발언이 알려지며 벤탄쿠르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자, 그는 곧바로 '1차 사과'를 했다. 15일 자신의 SNS에 "쏘니, 내 형제! 최근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한다. 그건 정말 그냥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않나. 난 절대 너를 무시하거나 너와 다른 어떤 누구도 상처받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사랑한다 형제"라는 글을 올려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벤탄쿠르의 이 사과는 역풍을 맞았다. 우선 사과글을 올린 곳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또한 손흥민의 애칭 'SONNY'를 'SONY'로 잘 못 표기했다. 고의면 아주 고약한 일이고, 실수라고 해도 성의가 없어 보였다.

사과문이 오히려 들끓는 비난 여론을 부추긴 것처럼 된 가운데, 벤탄쿠르 징계 가능성도 제기됐다. 스포츠계 차별 금지 운동을 하는 국제단체 '킥잇아웃(Kick it Out)'은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행위 제보를 접수했으며, 영국축구협회(FA)가 징계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프리미어리그(PL) 사무국도 성명서를 발표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손흥민이 동료를 감싸줬다. 지난 20일 처음으로 개인 SNS에 "그는 실수를 했고,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며 내게 사과했다"면서 "그는 공격적인 의도로 그렇게 의도적인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형제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벤탄쿠르도 22일 '2차 사과'를 했다. 이번에는 인스타그램에 정식으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손흥민과는 대화를 나눠 오해를 풀었다면서 "내 말로 인해 불쾌함을 느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다. 다만, 알아줬으면 하는 점도 있다. 나는 절대, 절대, 다른 사람을 언급하지 않았다. 오직 손흥민을 향해 한 말이었다.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그 누구도 불쾌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난 모두를 존중한다"고 적었다.

벤탄쿠르는 진심을 담아 한 얘기일테고, 이제는 논란에서 벗어나고 싶었겠지만 이 2차 사과는 또 다른 논란만 불렀다. 벤탄쿠르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그는 문제가 된 발언을 오직 '손흥민에게만' 했고, 다른 사람에게 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사자인 손흥민이 사과를 받아줬으니 다 해결된 것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만약 벤탄쿠르가 손흥민과 단 둘이 있는 사적인 자리에서 그런 '나쁜 농담'을 하고, 손흥민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면 둘만의 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벤탄쿠르는 누구나 볼 수 있는 방송 인터뷰에서 그런 발언을 했고, 사과하는 과정에서 그는 왜 그런 말을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지 진심으로 느끼고 반성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2차 사과에서조차 자신의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동양인의 처지에서 깊이 생각을 해보지는 않은 듯하다.

벤탄쿠르는 '농담 한 번 한 걸 갖고 뭘…'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몰상식한 인식이 차별을 부르고 갈등을 낳게 된다.

사과와는 상관없이 벤탄쿠르는 전례에 따라 출장 정지나 벌금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아예 토트넘을 떠나 튀르키예로 이적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 파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