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율 감소추세에 장기처방받은 환자 수요 맞물려 악순환 우려
병원 휴진으로 인한 임상공백으로 제약업계 미래 투자 '설상가상'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의사단체와 정부 간 갈등의 불씨가 장기화되면서 제약업계까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대학병원의 휴진을 비롯해 전공의 파업 등으로 진료와 수술이 줄어들자 의약품 매출에 영향이 생기고 있다. 아울러 교수진까지 휴진에 들어가면서 임상시험도 감소해 갈등 장기화로 인한 제약업계 피해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 되자 정부가 일반 환자에 대해 국군병원 응급실 12곳을 개방한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의정갈등의 여파로 인해 제약업계 실적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 대학병원까지 단체 휴진에 들어가면서 병원에서만 제조가 가능한 혈액제제, 마취제 등의 원내 의약품 매출이 감소했다. 이로 인해 병원 수요가 많은 제품군이 주를 이룬 업체 위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앞서 1분기에도 의정갈등으로 인해 실적에 영향이 있었던 만큼 제약업계의 2분기 실적에도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의 주된 거래처이기도 한 병원 내 수술과 입원이 줄어들면서 매출도 감소하게 됐다.

기초의약품에 속하는 수액 사업이 주를 이루는 기업들의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JW중외제약과 HK이노엔 등과 같이 국내에서 수액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업체는 1차와 2차 병원으로 수요를 상쇄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수술 감소에 따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 외에도 의약품 조제에도 제동이 걸려 장기처방을 받은 환자들의 수요와 맞물릴 경우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약품 조사기관 한국아이큐비아의 통계에 따르면, 전공의 파업 이후인 지난 3월 상급병원의 의약품 조제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했다. 감소된 의약품 중 가장 비율이 큰 것은 병원에서 제조할 수 있는 원내의약품이다.

원외의약품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원외의약품은 원내의약품 보다 앞서 제조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전체 원외의약품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조제건수와 조제금액이 각각 6.4%, 3.9%씩 감소했다. 다만 앞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조제금액과 조제금액은 3.7%에 그쳤다. 이는 외래 환자들이 의정갈등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장기 처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7월부터 장기적 처방을 받은 환자들을 제외한 수치가 적용돼 실질적인 수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급종합병원들은 올해 3월 77.3일의 평균처방일수를 기록했다. 현재 처방일수가 막바지에 다다른 만큼 장기처방을 받은 환자들의 재처방 시기가 가까워졌으나 조제건수는 줄어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성수기로 접어드는 시기에 조제 건수가 줄어드는 상황이 맞물리면 장기적으로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사진=JoinASTUDY.ca


아울러 미래 투자에 대한 임상시험의 공백까지 더해졌다. 보건복지부의 한국임상시험참여포탈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 전공의 집단사직으로부터 6월 20일까지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임상시험은 총 328건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4% 감소한 수치다.

의정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가 지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임상시험 위축으로 인해 허가는 물론 이에 따른 영업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전공의 사직 이후에는 임상시험이 줄어드는 현상에 그쳤지만, 최근 의대 교수들도 투쟁에 합류하면서 임상시험 진행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임상시험 비율은 계속해서 가라앉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학병원이 집단 휴진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놔 장기화에 따른 상황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수액과 같이 필수 의약품외에도 비급여 약품과 같은 부분에서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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