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최저임금 수준 논의의 첫걸음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두 차례 남겨둔 전원회의에서도 구분 적용을 두고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도 심의 기한 내 마무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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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임위는 오는 25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6년 최저임금법을 제정·공포하고 1988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부 장관이 매년 3월 31일까지 최임위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 근로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 최임위가 90일간 이듬해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결정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3월 29일 최임위에 심의요청서를 발송했다. 이에 90일이 되는 이달 27일까지는 논의가 끝나야 한다.
통상적으로 전원회의와 생계비·임금수준을 결정하는 전문위원회는 매년 4월경 논의를 시작해 6월경 마치는데, 올해는 최임위 위원 임기 만료 시기와 맞물려 한 달여 늦은 지난달 21일이 돼서야 논의를 시작했다.
최임위는 그간 진행된 전원회의에서 구분 적용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고, 지난 13일 열린 4차 전원회의에서도 결국 논의를 끝맺지 못했다. 다만 이날 최임위는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를 시간급으로 정하되, 월 환산액(월 209시간 근로 기준)을 병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도급 근로자 최저임금 지정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하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심의를 거쳐 업종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에만 한 차례 시행됐고, 이후 단일 최저임금 체제로 지속돼 왔다.
노동계가 업종별 임금 구분 적용이 사회적 차별을 조장하고 용인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 반해, 경영계는 국민 후생증대를 도모하고자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이 노동계와 경영계 입장이 상충되면서 25일 열릴 5차 전원회의도 난항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은행이 대립되는 주장을 내세워 각각 노동계와 경영계 주장에 힘을 실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1일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현행 법 규정 및 제도 취지를 고려할 때 '더 낮은'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한계가 있다"며 "노동 생산성이나 지불 능력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방향의 구분 적용 논의는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고 제시했다.
반면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해당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안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사가 아직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밝히지 않음에 따라 25일 열릴 회의에서 이인재 위원장이 최초 요구안 제출을 요청할 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210원, 경영계는 지난해 최저임금과 동일한 9620원 동결을 제시한 바 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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