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이 보기 민망할 정도의 부진한 피칭을 했다. 선발 등판해 1회부터 대량 실점하고 조기 강판했으며, 시즌 평균자책점(ERA)은 9점대까지 올라갔다. 등판 전날 밤 술자리 참석 논란까지 더해지며 롯데 마운드의 '골칫거리'가 됐다.
나균안은 25일 KIA 타이거즈와 사직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1⅔이닝밖에 못 던지고 7피안타(1피홈런) 6볼넷 2탈삼진 8실점한 후 조기 강판됐다. 많이 두들겨맞고 볼넷을 많이 내줘 2회도 못 마쳤는데 투구수는 83개나 됐다. 시즌 최악의 피칭 내용이었다.
이날 경기만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올 시즌 나균안은 14경기에 등판해 2승밖에 못 올리고 7패를 당했다. 평균자책점은 9.05(60⅔이닝 64실점 61자책점)나 된다. 매 이닝 1실점 이상 한 셈이다. 도저히 1군 선발투수라고 할 수 없는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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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듭된 부진과 사생활 논란으로 롯데의 골칫거리가 된 투수 나균안. /사진=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
최근 10경기 성적은 더 안좋다. 6이닝 이상 던진 것이 딱 한 차례며 그것도 두 달도 더 된 4월 21일 KT전(6이닝 3실점)이었다. 4이닝 이하 조기 강판한 것만 해도 6차례다.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은 10.67(41⅓이닝 49실점)에 이른다.
투구 이닝이 많지 않아 규정이닝을 못 채웠기 때문에 순위표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10개구단 전체 선발 로테이션에 참가하고 있는 투수들 가운데 단연 꼴찌의 성적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같은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세번째 맞은 시즌이었던 2023년 나균안은 23경기에서 6승 8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선발투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이런 호성적을 바탕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발탁돼 금메달 멤버가 되기도 했다.
투수전향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혔던 나균안이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사생활 문제로 불안한 예감을 안긴 바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 불륜 의혹이 불거졌다. 부인이 나균안의 불륜과 가정폭력을 주장했고, 나균안은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인적인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나균안은 이번 시즌에도 롯데의 선발투수로 등판을 이어왔다. 그런데 피칭 내용과 성적은 기대치를 밑도는 것이 아니라 처참한 수준이다.
더군다나 이날 KIA전 바로 전날 밤 나균안이 술자리에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얘기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나균안의 음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선발 등판을 앞둔 투수가 밤 늦게까지 술자리에 있었다면 자기 관리에 무책임했던 것으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거듭된 부진에도 나균안을 꾸준히 선발로 기용하며 지난해와 같은 모습을 되찾기를 기다려줬다. 롯데 팬들은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던 나균안을 감싸면서 인내를 갖고 구위 회복을 바라며 응원을 해왔다.
하지만 음주 의혹과 더불어 이날 KIA전에서 무기력한 피칭이 이어지자 팬들도 완전히 등을 돌렸다. 홈구장에서 홈팬들이 강판하는 홈팀 투수에게 야유를 보낼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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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가 25일 KIA전에서 1-14로 뒤자다 믿기 힘든 추격전 끝에 15-15 무승부를 거뒀다. 팬들의 열렬한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SNS |
나균안을 제외한 롯데 선수들은 이날 정말 열심히 싸웠다. 나균안이 초반 분위기를 망쳐놓아 4회초까지 1-14로 뒤지던 경기를 따라붙어 15-15 동점을 만드는 믿기 힘든 장면을 연출했다. 12회 연장까지 간 끝에 무승부로 경기가 끝난 아쉬움은 있지만 롯데 선수들의 이날 투지는 박수를 받아 마땅했다.
그러나 후유증은 결고 만만찮다. 화요일 주중 첫 경기부터 12회 혈전을 벌였고, 선발투수가 1⅔이닝밖에 못 던져 나머지 10⅓이닝을 불펜 투수들을 쏟아부으며 막아야 했으니 불펜진의 소모가 너무 많았다. 마무리 김원중, 셋업맨 구승민이 각각 2이닝씩이나 던졌다. 이번주 남은 5경기를 어떻게 치르나 싶다.
김태형 감독도 이제 나균안에 대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균안 개인 문제가 아니라 팀 분위기와 사기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는 현재 순위 8위지만 5위 SSG 랜더스와 승차는 4게임으로 격차가 그렇게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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