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DSR 2단계도 연기…대출잔액 24일간 4.4조↑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2% 후반대로 내려왔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서민·자영업자가 처한 어려움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등을 이유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오는 9월로 연기한 가운데, 대출금리까지 하향 조정돼 가계부채가 다시금 급증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금리형(혼합형·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연 2.94~5.76%를 형성해 금리하단이 연 2% 후반대까지 내려왔다. 

   
▲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2% 후반대로 내려왔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서민·자영업자가 처한 어려움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등을 이유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오는 9월로 연기한 가운데, 대출금리까지 하향 조정돼 가계부채가 다시금 급증할 전망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_혼합(주택구입자금)'이 연 2.99~4.39%,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가 연 2.94~4.95%,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이 연 3.183~3.583%, NH농협은행의 'NH주택담보대출_5년주기형'이 연 3.36~5.76%를 각각 기록 중이다.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 금리는 연 3.39%부터다.  

주기형 대출은 최초 대출 신청 당시의 금리가 5년간 적용되고, 이후 같은 방식으로 5년마다 금리가 재산정된다. 반면 혼합형은 최초 대출 신청 당시의 금리가 5년간 적용된 후 금융채 6개월/1년물 금리를 적용해 6개월/1년마다 금리가 변동되는 구조다. 

주담대 금리하단이 2% 후반대까지 내려온 건 우선적으로 당국의 구두개입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구조 개선 신행정지도 시행'을 발표하며 고정형 주담대 비율 목표치를 기존 18%에서 30% 이상으로 높여놨다. 고정형 주담대 비중을 맞추려면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고정형 금리를 낮춰 모객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금융채 5년물의 금리도 최근 거듭 조정됐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27일 현재 연 3.493%를 기록했다. 최근 일주일 간 금리가 소폭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연중 금리흐름을 놓고 보면 최저수준에 가깝다. 

올해 5년물 금리는 연초 3.7~3.9%대를 오르내렸는데, 4월29일 한때 3.960%까지 치솟기도 했다. 뒤이어 금리가 하향 추세 속 등락을 거듭하면서 지난 19일 연 3.451%까지 떨어졌다. 이는 올들어 사상 최저 수준이다. 

금리하락과 더불어 당국이 가계부채 질적 관리를 위해 추진하던 스트레스DSR 2단계의 시행을 7월에서 9월1일로 연기한 점도 대출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당국은 서민·자영업자 대출 축소, 부동산 PF 연착륙 등을 이유로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을 미뤘다. 

현행 1단계는 은행 주담대를 기준으로 하며, 기본 스트레스 금리의 25%를 적용해 대출금리에 가산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를 조정하고 있다. 2단계부터는 주담대에 신용대출까지 범위가 확장되며, 기본 스트레스 금리의 50%를 적용해 대출한도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부동산 경기를 관망하던 예비 주택 매수자들이 DSR 2단계 적용을 앞두고 대출 막차타기 러시에 나섰던 점도 이 때문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546조 3060억원으로, 지난해 말 529조 8922억원 대비 약 16조 4138억원 급증했다.
 
최근에는 주택 거래도 빠르게 회복세를 띠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2024년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신고일 기준)는 5182건으로 전월보다 7.1%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면 약 39.3% 급증한 수치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거래량도 2만 7603건으로 전월보다 1.8% 늘었다.

당국이 '가계대출의 질적관리'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주담대 열풍으로 가계부채는 당분간 상승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금리하락 △스트레스DSR 2단계 적용 연기 △주택경기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까닭이다. 

이미 지난 24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전달 말 546조 3060억원 대비 약 7.9%(4조 3540억원) 증가한 550조 6600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은행의 주담대 증가 폭은 1월 4조 4329억원, 2월 2조 7713억원, 3월 -4494억원, 4월 4조 3433억원, 5월 5조 3157억원 등으로 3월 한 차례를 제외하면 거듭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서민금융 잇다' 플랫폼 출시 및 복합지원 방안 발표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스트레스 DSR과 관련해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정확한 얘기가 아니다"며 "우리 정부 들어서 가계부채 비율은 하락하고 있으며, 추세도 그렇다"고 해명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택 매수세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스트레스DSR 2단계 적용이 연기됐고 금리도 하향추세를 보이면서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스트레스DSR 2단계가 본격 가동될 때까지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은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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