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포항에서 크루즈를 타고 6시간 30분가량 뱃길을 달려 도착한 울릉도. 이른 아침 동이 튼 울릉도 사동항은 2년 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울릉도를 처음 방문했던 2022년만 해도 우뚝 솟아 있던 가두봉은 평평히 깎여 제 모습을 잃었고, 당시 일부에 불과했던 케이슨(시멘트 구조물)이 바닷가에 두 줄로 뻗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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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공항 건설 현장./사진=환경부 공동취재단 |
산봉우리가 깎이고 바닷가에 호안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이곳이 '울릉공항'이 들어설 부지이기 때문이다.
국비 8050억 원을 들여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일원에 건설되는 울릉공항은 오는 2026년 개항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동항 인근 해발 193m의 가두봉을 100m 이상 절취해 발생한 토사 74만9000㎥와 부산 등 육지에서 가져온 석산 등 170만㎥로 해안을 매립해 공항을 짓는 게 골자다.
울릉공항에는 길이 1200m·폭 36m의 활주로 및 길이 1300m·폭 150m의 착륙대, 계류장 13개소(여객기 6대·경비행기 4대·헬기 2대·격리 주기장 1대) 등 공항시설과 여객터미널 3772㎡, 관리·관제동 2808㎡ 등 여객시설이 들어선다.
당초 울릉공항에서는 50인승 소형항공기가 운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50인승 항공기 제작 중단으로 국토교통부가 소형항공운수사업 좌석수를 80석으로 완화함에 따라, 울릉공항 착륙대 폭도 140m에서 150m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착륙대 길이 또한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릉공항 공정률은 지난달 말 기준 47.4%다. 2020년 11월에 착공했으니 연에 약 13~14%씩 공사가 진행된 셈이다. 2026년 개항을 위해 2025년 12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지난달 초 가두봉 절취 공정 중 인부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현재 해상 부분 공사만 진행하고 있어 기한 내 준공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울릉공항 시공사인 DL이앤씨 측은 공기 지연 원인에 대해 대부분 항만공사이기 때문에 기상 영향을 많이 받아 실 작업 일수가 많지 않았고, 철근이나 레미콘 등 공사에 필요한 자재들을 적기에 공급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서는 "발주처인 부산항만청과 협의 중으로, 자세한 설명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울릉군은 배편이 아니면 육지로 이동할 수 없었던 울릉도에 하늘길이 열리면 연간 입출도객이 현재 40만 명에서 8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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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공항 건설현장으로 괭이갈매기가 날아가고 있다./사진=유태경 기자 |
하지만 모든 일에는 득과 실이 있듯이 울릉공항 건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새들이 자동차나 비행기 등에 치여 죽는,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다. 운항 중인 항공기에 새가 충돌해 사고가 발생하면 이는 곧 막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불리는 울릉도는 자연생태의 보고로, 현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천연기념물 237호인 흑비둘기뿐만 아니라 괭이갈매기 약 1만5000마리가 서식하고 있으며, 많은 철새들도 들렀다 가는 쉼터다.
지난 3월 차에 치인 왜가리가 야생동물센터 이송 도중 폐사하는 등 지금도 울릉도 곳곳에서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울릉도에 머무르는 이틀 동안 숙소 근처, 바닷가, 도로 등 어디서든 괭이갈매기를 만날 수 있었다. 갈매기들은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을 본 체도 않고 도로를 이리저리 쏘다녔고, 하마터면 타고 있던 버스와 부딪힐 뻔했다. 버스 기사님은 "방금도 갈매기를 칠 뻔했다"며 "울릉도에서는 이런 일이 빈번하다"고 덤덤히 말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공항 활주로를 중심으로 괭이갈매기와 흑비둘기의 주요 비행경로를 조사해 향후 공항 운영 시 충돌 가능성을 파악하고자 흑비둘기 4개체와 괭이갈매기 2개체에 GPS 수신기를 부착, 이동 경로와 시간대별 활동지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시간대별 개체의 고도 높이 등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새들이 활동하는 시간을 피해 운항시간을 조정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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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해안가에 앉아 있는 괭이갈매기./사진=유태경 기자 |
고대걸 대구환경청 환경영향평가과장은 "모니터링 결과, 사업지구보다는 외부 지역에서의 비행이 빈번하게 확인됐다"며 "조류 충돌 위험성과 관련해서는 괭이갈매기 집단 서식지인 관음도와 최소 10㎞ 이격돼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조사 개체 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에는 "생태보전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조류 관련 전문가들과 매년 회의를 하고 있고, 개체 수가 적다는 의견은 아직 없어서 당초 계획했던 방식대로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앞서 대구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전문 검토기관 및 관계기관 등 전문가 검토를 통해 환경영향을 예측하고 사업계획을 보완했다. 괭이갈매기를 포함한 바다새 서식 및 번식 실태와 잘피류 등 해양 보호생물 정밀조사, 법정보호종 섬현상 서식 여부 추가 조사 등 공항 공사에 따른 환경영향 저감 방안을 강구해 협의 의견을 회신했다.
공항 건설 사업지에 있던 향나무와 곰솔군락, 큰두루미꽃 등은 현재 인근 자생식물원으로 이식한 상태다.
김재용 한국환경평가기술 환경평가부 차장은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통해 공사 시행에 따른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추가 저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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