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세타가야구와 44년째 이어온 관계... 일본 1위 농촌 만들어
매년 220만명 찾아..., 관계인구 통한 인구증가·지역 경제활성화 해답 제시
송미령 농식품부장관, ‘지속가능성’ 강조... “농촌소멸대응에 역량 다할 것”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10년 전 일본의 모습이 현재 한국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한 번은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이다. 

   
▲ 일본 군마현 가와바마을 신청사./사진=미디어펜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집계되는 등, 우리나라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의 늪에 빠진 상태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인구 집중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농촌은 지금 아이들은 물론, 일할 사람들도 부족해 외국인노동자의 손을 빌려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옆나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선 1970년대부터 이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2014년에는 총리 직속 ‘마을사람일자리 창생본부’를 신설, 범정부 차원의 정책 대응에 나섰지만, 현재 우리나라처럼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은 도시와 지속적인 교류·연계를 통해 인구소멸 속도를 둔화시키고 경제적 발전도 이뤄내면서 농촌소멸 극복의 우수 모델이 된 농촌을 탄생시켰다. 군마현의 가와바 마을이다. 

가와바마을(川場村)은 도쿄에서 130km 떨어진 군마현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85.25㎢로 이 중 83%가 숲(국유림)으로 이뤄졌다. 인구는 3100여 명, 고령화율은 40.7%인 초고령화 사회로 구분된다. 1차산업으로는 쌀, 곤약, 사과를, 2차산업에서는 수제맥주, 요구르트, 생치즈를 생산한다. 이제는 여기에 3차산업인 관광서비스와 접목시켜 6차 산업에 발을 내딛으면서, 올해부터는 ‘미래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미래’란 ‘아이들’을 말한다. 농·산·학 연계 마을 커뮤니티 행정타운을 조성하고, 초·중학교를 일원화해 교육혁신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관계인구 증가를 통한 정주인구 확대와 지방창생 성공의 원점 마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 가와바마을에서 생산 중인 수제맥주./사진=미디어펜


하지만 가와바마을의 성공은 ‘어쩌다, 하다 보니, 우연히... 된 것’이 아니었다. 1971년 인구소멸지역으로 지정된 가와바마을은 1974년부터 ‘농업+관광융합마을’이라는 정책을 성정하고 이듬해부터 지금의 ‘마을 만들기’를 진행했다. 즉, 50년을 넘게 정책을 관철시켜 온 것이다. 가와바마을은 1980년에 도쿄 중심지인 세타가야구와 협정을 맺으며, 세타가야 구민 시설을 만들고(1985), 이후 마을기업인 DenenplazaKawaba를 설립해(1893) 2004년에는 ‘KAWABA’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또한 마을주민(60%), 세타가야구고향공사(16.7%) 등의 주주로 구성된 전원플라자 가와바 주식회사를 설립·운영함으로써 150명의 고용창출을 비롯해 마을 소득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전원플라자 가와바’ 방문자는 매년 220만명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중 10회 이상 방문한 사람만 해도 28.1%를 차지하는 등 재방문율은 약 60%에 달한다.  

최근에는 국토교통성이 1400여 개에 달하는 일본 ‘휴게소’ 중 전국 1위로 선정했으며(2022), 지난해에는 현대식으로 디자인된 마을 신청사를 완공했다. 

가와바마을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도-농 협력’이다. 가와바마을의 성공한 뒷배경에는 도쿄 세타가야구가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강남구와 비슷한 세타가야구와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를 시작한 것이 도농교류사업의 토대가 됐다. 

특히 세타가야구 60여 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은 의무교육으로 2박3일 농촌프로그램이 정규교육으로 들어가 있어, 지금도 매년 방문 중이고, 주말에는 학생 대신 구민 대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구비돼있다. 이같은 도시 사람들의 왕래가 마을 소득과 연계할 수 있도록 추진한 것이 마을기업 사업이다. 

   
▲ 츠노다 케이이치 가와바마을 부촌장(가운데)이 마을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츠노다 케이이치 가와바마을 부촌장은 “농업과 관광을 조합하는 것, 전원풍경을 보존하는 것, 이를 흔들리지 않게 행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일관된 정책”이라며 “앞으로의 100년 발전 방향은 아이들이라고 보고, 젊은 학생이나 아이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 만들도록 준비 중이다. 아직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속도는 상당히 둔화됐다. 50~100년 후에는 인구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를 취해 출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교부금 외에 마을에서 토지 분양 사업을 통해 30~40대, 가임연령 정착환경 계속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가와바마을은 무작정 정주인구를 늘리는 것에 매몰되지 않고, 그에 앞서 관계인구를 증가시켜, 마을을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정주인구를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전통적 ‘정주인구(stock 개념)’만이 아니라 ‘관계인구(flow 개념)’ 확대를 통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농산어촌의 새로운 여건 변화를 반영한 ‘관계인구’에 대해 일찍부터 논의됐다. 

이에 우리나라는 가와바마을을 농촌소멸극복의 우수 모델로 주시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취임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격으로 일본 국토교통성 등을 방문, 관계인구 창출 확대 모델사업 사례를 조사한 바 있다.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월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촌소멸 대응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농식품부


앞서 가와바마을을 답사했던 송 장관은 “가와바 마을의 성공 키워드 중 하나는 ‘지속가능성’”이라며 “세타가야구는 도농 교류 협약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시설을 지원하고 조례를 제정해 가와바 마을과의 도농 교류가 실질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 장관은 “가와바마을 주민들도 마을기업이 지속적인 성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문경영인을 고용하고 마을 기업의 수익을 당장 배당하기보다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마을의 미래인프라를 위해 재투자했다. 이같은 지속 가능한 선순환 속에 가와바 마을의 관계인구는 정주인구의 800배가 넘는 250만명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농촌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 자율규제혁신지구 도입, 일자리 및 경제 활성화, 관계인구 창출, 삶의 질 혁신 등을 골자로 한 농촌소멸대응 추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청년들의 농업 및 농촌형 비즈니스 창업 지원과 동시에 농업 분야 전후방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와 산업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농촌소멸 고위험지역에는 자율규제혁신지구(농촌형 기회발전특구)를 도입해 입지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인구감소 지역에 한해 산지전용 허가기준도 완화한다. 

   
▲ 팜머스마켓에서 일하고 있는 마을 주민./사진=미디어펜


또한 농지에 농촌 체류형 쉼터를 설치하고, 농촌 살아보기 체험농원 등을 조성, 농촌빈집 재생 지원도 강화한다. 디지털 기술과 관계부처 협업을 통해 139개 농촌지역 시·군의 주거·산업·서비스 기능을 계획적으로 재구조화하고, 농촌형 의료서비스 확충, 유휴시설을 활용한 문화예술 활동 지원, 농촌체험시설과 늘봄학교의 연계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농촌 삶의 질을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송 장관은 “읍면의 인구구조, 농업과 농촌의 경제지표 등을 바탕으로 농촌지역의 소멸위험도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농촌소멸대응특별위원회 등 범정부 협력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농촌소멸에 잘 대응하는 것이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국가적 이슈를 극복하는 길이라는 각오로 정책적 역량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송 장관은 “가와바 마을의 성공사례가 모든 한국 농촌마을에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 농촌마을들도 각자 특색있는 자원을 활용해 도시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공 모델을 찾을 수 있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 관광객들이 ‘전원플라자 가와바’ 내 팜머스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직접 눈으로 본 가와바마을은 마침 세타가야구 초등학생 100여 명이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농촌체험을 하고 있었고, 팜머스마켓에서는 지역 농산물과 특산물을 구입하려는 여행객으로 붐볐으며, 인근 공원에는 산책하고 있는 연인이나 음식을 즐기는 가족들이 보였다. ‘와보고 싶은 곳’, ‘살아 보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44년전 조레를 지정한 뒤, 지자체장이 바뀌어도 가와바마을과의 인적 교류를, 재정적 지원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펼쳐도 사업을 추진하던 주체들이 포기하거나,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면 종국엔 세금만 낭비될 뿐이다. 도시와 농촌간의 유대를 만드는 것은 지원금이 아니라, 시간이다. 츠노다 부촌장은 “보조금을 아무리 받아봤자 잘 운영하지 못하면 실패할 뿐이다. 우리가 이미 경험해 본 일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와바마을은 정부 지원금으로 스키장을 건설, 개장 15년만에 마을기업 파산위기를 맞은 바 있다. 이후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주민들과 일치단결해 노력한 결과, 지금의 가와바마을이 된 것이다. 

제2의 가와바마을이, 아니 그 이상의 농촌마을이 우리나라에도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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