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도 660회 거부권"…與野 하루종일 막말
'800-7070' 번호사용자 공개요구에 '기밀사항'…"디올백 포장 그대로 보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일 제22대 국회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업무보고 자료 미제출을 시작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사건 격노설' 및 외압 의혹을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의 '김건희 여사 가방 수수 의혹' 공세에 대해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으로 응수하고 나섰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이날 오전부터 오후에 이르기까지 첫 전체회의를 열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을 대상으로 현안 보고를 받아 질의해 답변을 듣는 자리에서였다.

우선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날 야당이 추진하는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특검법은 여야 합의에 의해 성안돼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기본 입장"이라며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 권한이고 행정부 수반은 대통령이므로, 야당만의 추천으로 이뤄진 특검 임명 절차는 권력 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직무 유기"라고 밝혔다.

   
▲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24.7.1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어 "미국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임기 중 660회 거부권을 행사했고 트루먼·아이젠하워 대통령도 임기 중 수백 번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설득의 달인'이라 불리는 레이건 대통령도 임기 중 77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재의요구는 위헌 소지가 분명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관련된) 채상병 사건의 본질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정당한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박정훈 수사단장(대령)이 어긴 항명 사건이 그 실체이고 본질"이라며 "공수처와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인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미진하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가서 특검을 발의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고 사건에 외압이 일어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정 실장은 "박정훈 대령이 주장하는 이른바 외압은 실체가 아직 규명된 바 없고, 증거도 없다"며 "전언의 전언을 통해 들은 주장과 느낌만 있을 뿐 실체적 증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해 7월 31일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격노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윤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특히 고민정 의원 등 여러 민주당 의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지적한 것은 '02-800-7070' 번호다. 이 번호로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가 간 후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외압이 시작됐다는게 의혹의 출발점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제가 사용하는 명함 관리 서비스를 통해 검색했더니 02-800-7070 대통령실 전화번호가 버젓이 공개된다"면서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대통령실 번호가 기밀이라면 대통령실 직원들은 기밀 사항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단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여러 의원들이 정확히 대통령실 어느 부서에서 이 전화번호를 사용하는지 밝히라고 요구했으나, 정 실장은 "대통령실 전화번호는 기밀상 외부로 유출할 수 없다, 전화번호를 공개적으로 유출할 권한이 제게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도 "해당 번호가 본인들이 사용하는 번호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7.1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 윤 대통령이 이태원 사건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적은 것에 따라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도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없다"고 밝혔다.

이도운 수석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윤 대통령은 이태원 사건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의혹이 언론에 의해 제기됐기 때문에 제기된 의혹을 전부 다 수사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김건희 여사의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천하람 의원이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려달라"고 묻자, 정 실장은 "포장 그대로 대통령실 청사 내 보관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천 의원이 "운영위에서 대통령실을 방문해 디올백 포장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는지 현장 실사를 간다고 하면 협조할거냐"고 재차 캐묻자, 정 비서실장은 "논의를 거쳐봐야 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정 실장은 이 사건에 대해 "최 아무개 목사라는 분이 영부인(김건희 여사)의 돌아가신 아버님과 잘 아는 사이라고 얘기하며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불법적인 녹취와 촬영을 한, 저급하고 비열한 공작 사건"이라고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야당 운영위원들의 공세적 질의가 계속되자, 여당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논란을 상기시키며 맞받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김정숙 여사의 '묻지마 해외여행' 논란이 많았다"라며 "해외로 나간 횟수는 무려 48회로 역대 대통령 부인 중 부동의 1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운영위에서 오전 오후 하루종일 막말 공방을 오갔다. 상대방 말꼬리를 잡으며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갈등 상황이 이어졌다.

여야는 서로를 향해 "민주당 아버지", "막가파", "봉숭아학당", "체통 같은 소리", "입 닥치라" 등 격앙된 말을 꺼내들었다. 이러한 설전으로 인해 국회 운영위 회의가 오후 중간 정회되는 등 큰 소동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