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일 국회는 여야 양측이 '강 대 강'으로 충돌하는, 일명 '극단의 정치'가 가속화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채상병특검법 강행 처리 수순에 돌입하고, 국민의힘이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꺼내면서부터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이날 당의 실세인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 4인에 대한 무더기 탄핵소추를 추진했다. 이와 동시에 자진 사퇴한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가 무산되자, 민주당은 즉각 이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등 입법 권력 행사에 나섰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 또한 이날 민주당측 손을 들어주면서, 국회 본회의에 채상병특검법을 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측 정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채상병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지 35일만에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국민의힘은 채상병특검법이 이날 오후 상정되면, 즉각 필리버스터에 들어가 맞불을 놓을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3일 0시부터 9시에 이르기까지 총 41인의 소속 의원들을 동원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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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채상병특검법 상정에 대한 항의 피케팅을 하고 있는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을 지나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2024.7.2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개시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을 얻어 토론을 강제 종료할 수 있는 '토론 종결권' 규정을 이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는 24시간 뒤인 3일 오후 종결될 전망이다. 그 직후 국회 본회의가 열려 채상병특검법 표결이 이루어져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3일 오후 열릴 예정인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은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여야 양측이 필사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극단의 정치'는 윤 대통령을 겨냥한 민주당의 특검법 처리와 이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요약된다. 일종의 '명분쌓기' 싸움이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에 출석해, 특검의 발단이 된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국방장관의 정당한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박정훈 수사단장이 어긴 항명 사건이 그 실체이고 본질"이라며 "(윤 대통령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진석 실장이 지적한 대목은 야당만의 추천으로 특검 임명 절차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정 실장은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직무 유기"라며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을 도입하면 옥상옥의 모양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공수처가 이미 수사하고 있는 이상, 특검 도입 여부는 수사 결과를 본 후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성공리에 완수했다는 경험을 그대로 답습하는 양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중 상당수가 채상병특검에 찬성하고 있는 점을 토대로, 윤 대통령이 향후 거부권을 행사할 때 정치적 부담감을 가중시키겠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3일 오후 채상병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길게 확실시되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견된다. 21대 국회에 이어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재차 거부권 정국으로 냉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