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국판 엔비디아 발굴을 위해서는 증권업계의 영업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3일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6개 증권사 최고경영책임자(CEO)와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시장은 인공지능(AI)을 이끄는 엔비디아에 환호하며 우리나라에 혁신기업이 왜 나올 수 없냐고 반문한다"면서 "면밀한 검토 없이 따라하기식 투자 결정으로 선량한 투자자의 피해를 유발했던 부동산·대체자산 위주의 쏠림에서 탈피해 AI 등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혁신기업에 양질의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공급자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혁신기업 발굴과 모험자본 공급을 통해 기업의 밸류업을 이끌어나가 달라"고 강조한 뒤 "증권사는 단순 브로커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신뢰받는 페이스메이커가 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금융투자상품의 다양화, 디지털화를 위해 창조와 혁신의 노력을 통해 투자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이후 그는 “개인투자자의 신뢰 제고를 위한 공매도 전산시스템 등 제도개선안이 원활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책임감 있는 역할을 당부한다”고 덧붙이면서 "불법행위로 제재받은 임직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해 동일업무에 종사하는 등 안일한 업계 관행으로 인해 사적이익 추구와 같은 신의성실의무를 훼손하는 사고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이에 그는 “내부통제의 최종책임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잘못된 조직문화와 업계 질서를 바로잡고 금융사고를 예방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업계에 당부했다.

또한 이 원장은 "우리 경제 성장의 용광로가 서서히 식어가는 상황에서 증권업계에 요구되는 역할은 자본시장에서 혁신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이라며 "자본시장의 대개혁을 통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보다 원활케 해 혁신동력 확보를 지원하고 투자자가 과실을 최대한 향유하는 선순환구조를 통해 장기적 성장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한편 이 원장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상속세 완화를 비롯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 금융투자소득세, 배당세와 같은 자본시장 세제 합리화 등은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하며, 이념이나 정파간 소모적 논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뒤 "이는 우리 모두가 탑승하고 있는 대한민국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고, 늦어도 하반기까지는 선진화를 위해 사회적 총의를 모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CEO들은 우선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 ‘세부적인 징수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시스템 보완이 사실상 곤란해 내년에 바로 시행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어렵다’면서 ‘보완 후 시행 시기를 결정하되,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를 전했다.

또한 업계는 금투세를 도입하면 납부의 불편으로 인한 중소형 증권사의 고객이탈 우려가 있고, 기관 간 정보공유의 한계로 인해 정확한 손익계산이 곤란하며, 원천징수 방식으로 인한 투자재원 감소 등 투자자 불편이 생길 수 있다고 짚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상속세, 법인세, 배당세 등의 세제 혜택 등 보다 적극적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