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의 형사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것의 여파가 상당하다. 검사 200여명이 대대적인 반발에 나선 가운데 전국 지방검찰청별 검사회의 개최가 논의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조짐이다.
우선 대검찰청은 국회를 상대로 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 청구도 대응책 중 하나로 검토에 들어갔다. 검찰 안팎으로는 민주당의 사법질서 훼손에 모든 대응책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사 4명(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3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후,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이끄는 법사위는 해당 검사 4명을 불러서 위법 여부를 직접 조사한 뒤, 탄핵소추안 적절성 등을 심사해 국회 본회의에 회부할 전망이다. 검사의 '비위 행위'라는 민주당측 주장의 근거를 대기 위한 일종의 릴레이조사다.
민주당의 이러한 조직적인 움직임은 모두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방탄용'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탄핵소추 대상인 검사들은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엄희준 부천지청장으로, 이 전 대표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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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사진 왼쪽)과 박찬대 민주당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7.3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당장 이원석 검찰총장은 탄핵소추안이 민주당 당론으로 발의된 지난 2일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갖고, 각 검사에 대한 탄핵 사유에 대해 5가지로 정리해 조목조목 공개 반박하고 나섰다.
대검찰청 역시 3일 '탄핵 소추 사유의 부존재'란 제목의 설명자료를 내고, 각 검사에 대한 소추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검사 탄핵 움직임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한 것으로 명백한 허위"라며 "민주당의 주장이 판결 혹은 수사 등 확정되지 않은 상태의 '의혹'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이 총장 역시 이와 관련해 "아무런 사유가 없다, 이런 탄핵안이 발의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면서 "이재명 전 대표라는 권력자를 지키려는 사유"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4일 이 총장은 대검에서 개최된 월례회의에서도 "(민주당의) 검사 탄핵 조치는 판결이 선고됐거나 재판받는 피고인들이 법원의 법정에서는 패색이 짙어지자 법정 밖에서 거짓을 늘어놓으며 길거리 싸움을 걸어오고, 그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아예 법정을 안방으로 들어옮겨 자신들의 재판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인을 모두 도맡겠다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를 겨냥한듯 "부패한 권력자가 범죄로부터 도피하거나 사적 감정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되고, 잘못된 제도로 진실이 은폐되고 범죄자가 활개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검은 지난 2일 오후 민주당의 검사 탄핵 강행을 비판한 이 총장의 기자회견 발언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게시글에는 만 하루만에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일선 검사부터 검사장급 고위 간부까지 일제히 같은 목소리를 냈다.
퇴직 검사들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입장문을 통해 "파렴치한 검찰 말살, 검사 겁박 행태"라고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냈다.
서울북부지검은 부장검사단 명의의 공동성명을 내고 "맡은 바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탄핵 대상으로 삼아 직무를 정지시킨다면 검사들은 권력자의 입김에서 벗어나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수사한다는 신념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송경호 부산고검장은 글에서 "실무를 담당한 후배 검사들 직무를 정지시켜 수사·재판을 지연시키지 말고, 2년간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이재명 전 대표 수사를 총괄했던 나를 탄핵하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앞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한 보복기소 의혹을 이유로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지난해 9월 본회의 가결을 주도했다. 헌정사상 첫 현직 검사 탄핵소추였지만, 올해 5월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지난해 12월 민주당이 처리한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현재 헌재에서 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헌재가 민주당의 거듭된 검사 탄핵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