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퇴직연금 신규 유치를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동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의 총 수신 중 퇴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된 저축은행은 KB·대신·키움·고려·다올·애큐온·OSB·페퍼·웰컴·바로·키움YES·OK·모아·NH·JT·JT친애저축은행 등 16곳에 달한다.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아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30여개로 절반 이상의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것이다.

저축은행의 중요 자금 조달 재원인 퇴직연금 신규 유치에 지장이 가지 않는 마지노선인 ‘BBB-’ 등급으로 몰린 곳은 4곳으로 늘어났다.

   
▲ 사진=미디어펜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말 OSB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강등했다. 키움저축은행과 고려저축은행은 신용등급을 ‘A-’로 유지했으나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보다 앞서 4월에는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내린 데 이어 KB·대신·다올·애큐온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회사별 신용등급은 KB가 ‘A’, 대신은 ‘A-’, 다올은 ‘BBB+’, 애큐온은 ‘BBB’를 유지했다.

한국기업평가에서는 웰컴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내렸고, 키움YES·바로·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강등했다. 모아저축은행(BBB+/안정적→BBB+/부정적), NH저축은행(A/안정적→A/부정적), JT저축은행(BBB-/안정적→BBB-/부정적)은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려갔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월 JT친애저축은행(BBB) 1곳만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BB)으로 떨어지기 직전인 ‘BBB-’로 책정된 저축은행도 스마트·페퍼·OSB·JT저축은행 등 4곳이다. 저축은행은 신용등급이 ‘BB’로 떨어지면 신규로 퇴직연금 등을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자금 조달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저축은행은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할 순 없지만 은행·증권사가 판매하는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정기예·적금을 편입해 팔고 있다. 2018년 저축은행의 예·적금 상품에도 퇴직연금 운용범위가 허용된 이후 저축은행에 예치된 퇴직연금 규모는 가파르게 늘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취급 저축은행 32곳의 정기예금 잔액(90조1600억원) 가운데 퇴직연금 잔액은 30조5000억원으로 전체 33%에 달할 정도로 높다. 저축은행 업권 수신 자금의 90% 이상이 정기예금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퇴직연금 취급 회사들은 전체 수신의 3분의 1을 퇴직연금에서 조달하는 셈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미 시중은행에서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퇴직연금 신규 유치가 어렵게 됐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신용등급 BBB급 이하 저축은행의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이나 카드·캐피털사와 달리 채권 발행을 하지 않고 자금조달 루트가 예적금으로 제한적인만큼 당장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는 없다”면서 “수신 이탈이 생길 경우 금리를 올려 자금 조달에 이상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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