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흐름과 별개로 개별종목 '잔혹사'…"금투세 폐지가 관건"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정부가 국내증시 '밸류업' 방안을 포함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내놨음에도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미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뚜렷한 이유도 없이 하락 중인 국내 증시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결국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가 국내증시 '밸류업' 방안을 포함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내놨음에도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사진=김상문 기자


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투심이 계속 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시장의 흐름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불안정’이다. 미국 시장과의 동조화 현상도 약해진 모습이고, 테마별로 수급이 들쭉날쭉한 날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코스피‧코스닥 지수만으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미 증시가 엔비디아를 위시한 빅테크 종목들 위주로 흘러가듯, 한국 증시 역시 SK하이닉스 같은 몇몇 대형주들이 지수를 끌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반도체 섹터에 속해 있는 종목들이 엔비디아 낙수효과로 인한 수혜를 받아 마치 지수를 분식(粉飾)하는 것과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2차전지 포함 투자자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종목들이다. 이 종목들에 비중을 실은 투자자들은 심지어 ‘지금이 코로나19 폭락 때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한꺼번에 찾아온 폭락장은 급등장으로 이어지거나, 반등이 없을 경우는 손절 타이밍을 주며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게라도 하지만 지금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주가가 서서히 주저앉는 형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잦다. 

전업투자자 A씨는 “2020년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 더욱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국내주식을 떠나 미국 주식, 혹은 코인 시장으로 떠나간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시의 부진으로 금투세를 꼽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정부와 금융당국이 약속한 ‘금투세 폐지’에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납세 대상이 될 수 있는 투자자들의 회피 움직임이 이미 관측되고 있다. 그들이 펀드환매 요청을 시작함으로써 투신‧사모펀드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전 섹터에 걸쳐 몰려드는 현상이 관찰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일 코스닥 시장 같은 장세였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코스닥이 2% 넘게 폭락했기 때문이다. 이튿날인 지난 3일의 경우 HLB 관련주들이 무더기 상한가를 가면서 지수에도 좋은 영향을 줬지만, HLB와 관계 없는 종목들의 경우는 2일 못지 않은 하락장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금투세를 둘러싼 난맥상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뿌리 깊은 회의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정부가 지난 3일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한 '밸류업' 방안을 포함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내놨지만 주식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현 국회 상황에서 정부의 추진안이 계획대로 이행될지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다른 모든 대책을 합친 것보다 ‘금투세 폐지’ 하나가 더욱 강력하고 뚜렷한 효력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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