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부진·원가 상승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
비용 절감·공장 매각 등 비상경영 움직임 확산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에 당분간 비상경영 유지 전망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최대한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곳에 대해서는 매각까지 검토하면서 초강수를 두고 있다. 하반기에는 업황이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 등 악재가 여전해  당분간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제공


4일 업계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에틸렌 스트레드는 톤당 244달러로 전주 264달러보다 20달러(7.6%) 하락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원료인 나프타에서 석유화학 주력 제품은 에틸렌 가격을 뺀 것으로 석유화학업계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통상적으로 톤당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만큼 현재와 같은 수준에서는 생산을 해도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석유화학제품 수요 부진과 함께 원가도 오르고 있는 것이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요인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까지 겹치면서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1분기에는 적자를 올리기도 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310억 원의 적자를, 롯데케미칼도 135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그나마 수익 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수익 확보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는 적자폭을 줄이고, 수익을 내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대에 미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업황 회복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 내에서는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석유화학업체들도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했다. 먼저 롯데케미칼은 비용 감축에 들어갔다. 국내·외 출장 비용을 전년 대비 20% 감축하기로 했으며, 출장보다 화상회의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출장과 수행 인원도 최대 2인으로 제한되며, 임원 항공권의 등급도 10시간 이내 비행 시에는 한 단계 하향 조정한다. 이는 불필요한 항공료와 숙박비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저치로 풀이된다. 불필요한 연장 근무도 금지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한 만큼 모든 임직원이 힘을 합쳐 조기에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러한 방안이 실행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곳은 과감하게 철수하거나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LG화학은 지난 3월 석유화학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여수 SM공장 멈췄다. SM이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가동을 중단한 것이다. LG화학은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말레이시아 대규모 생산기지인 ‘롯데케미칼(LC) 타이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LG화학은 첨단소재 부문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으며, 지난해 희망퇴직을 진행했던 금호석유화학은 올해도 희망퇴직을 시행할 방침이다. 

업황이 서서히 살아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에게는 악재가 남아있는 상태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가운데 중동에서도 설비 도입이 속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석유화학업체들은 당분간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면서 수익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구조조정이나 공장 인력 재배치 등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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