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에 ‘필리버스터’ 강제 진압, 채상병특검법 국회 문턱 넘어
與 대통령 거부권 외 입법 저지 방안 없어 재의결 ‘이탈표’ 걱정
이슈 선점·독소 조항 제거 한동훈 표 ‘제3자 추천 특검’ 재주목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채상병특검법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도 불구하고 4일, 거야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며 입법 저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여당 일각에서는 “당이 거야의 거부권 유도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고 있다”며 대안 부재에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채상병특검법의 대안으로 제시했던 ‘제3자 추천 특검법’이 돌파구가 될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감지된다.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4일 여야의 최대 쟁점이던 채상병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표결에 부쳐졌다. 특검법은 재적의원 300명 중 190명이 참석해 찬성 189명·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채상병특검법 표결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까지 동원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거야가 의석 수를 앞세워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했기 때문이다. 

   
▲ 국민의힘이 4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료를 위한 표결 절차를 진행하려 하자 항의를 하고 있다. 2024.7.4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여당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것만이 유일한 입법 저지 수단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국회로 돌아온 채상병특검법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탈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만남에서 “(이탈표) 가능성은 낮지만 불가능하다고는 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실제 국민의힘 의원 중 안철수 의원은 이날 채상병특검법 표결에서 공개적으로 ‘찬성’ 표를 던져 단일대오 이탈 가능성을 보였다. 또 재의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단일대오를 강조했던 민주당에서도 21대 채상병특검법에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파악되지 않았느냐”면서 “무기명 투표로 진행될 경우 이탈표를 완전하게 단속한다고 장담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채상병특검법에 대안을 제시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제3자 추천 특검법’이 돌파구가 될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앞서 한 전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출마를 선언하며 ‘제3자 추천 특검법’을 화두로 던진 바 있다. 이는 거야의 특검법 공세를 막아 낼 방안이 없는 만큼, 차선책으로 야당 만이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등의 독소조항을 배제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는 국민의힘이 특검법 이슈를 선점해 거야의 거부권 유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유력 당권 주자들을 비롯해 친윤계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의 주장에 반대 목소리가 강하다. 채상병특검법 거부가 당론인 만큼 이를 국민의힘에서 먼저 제안하는 것은 분열을 유도하는 ‘배신’ 행위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거야의 입법 독주를 저지하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이른바 소신파와 계파 성향이 옅은 의원 및 원외 지역위원장들 사이에서는 당이 제3자 추천 특검법 등 대안 마련에 노력했어야 한다는 성토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국민의힘이 먼저 이슈를 이끌고 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 한 수도권 원외 지역위원장은 제3자 추천 특검법에 대해 “반대를 하려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당은 아무런 대안도 없지 않느냐”라며 “이탈표를 막지 못한다면 당이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여당의 역할 아니냐”라며 “야당의 거부권 행사 유도를 저지하겠다는 것이 왜 배신이고 분열 유도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주장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