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전략수주·첨단산업 135조 투입…산은, AI 3.5조 투입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전략수주산업 및 첨단산업 등에 국책은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반도체·인프라·원전·방산·AI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다. 수은은 향후 5년간 약 135조원의 자금 공급을, 최근 반도체 지원을 발표한 산은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3조원대를 투입할 예정이다.

   
▲ 정부가 전략수주산업 및 첨단산업 등에 국책은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반도체·인프라·원전·방산·AI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다. 수은은 향후 5년간 약 135조원의 자금 공급을, 최근 반도체 지원을 발표한 산은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3조원대를 투입할 예정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동안 특정 산업군에 대한 국책은행의 정책자금 지원은 '법정 자본금 한도' 이슈 등에 맞물려 난항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다양한 산업군에 고루 자금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자본금 이슈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수출입은행 정책금융의 전략적 운용 방안'을 발표했다. 운용안을 살펴보면, 수은은 앞으로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초대형 수주·미래성장산업 지원에 재원을 집중 투자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수은은 확대된 법정자본금을 토대로 수출금융에 '선택과 집중'을 펼칠 예정이다. 우선 향후 5년간 인프라·원전·방산 등 전략수주에 85조원을 투입한다. 수은은 지난 5년간 초대형 사업들이 산재한 전략수주에 55조 5000억원을 공급했는데, 전날 기재부가 공급계획을 85조원으로 대폭 늘렸다. 미래 5년을 위해 기존보다 약 30조원의 추가 자금이 배정되는 셈인데, 기재부는 수은에서 올해에만 15조원을 투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초대형 수주 지원 특별 프로그램'도 신설된다. 건설플랜트·인프라 등 해외공사 수주와 관련한 대출에 금리우대를 강화하고, 원전·방산 분야의 전후방 산업까지 우대지원을 늘리는 내용이다. 아울러 해외법인·사무소가 현지에서 수주를 원활히 하도록 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또 첨단전략 산업(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미래모빌리티, 첨단전기전자 등)에 투입되는 자금은 향후 5년간 50조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당초 계획은 2023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45조원을 공급한다는 구상이었는데, 이를 수정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지원규모를 5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대신 시중은행에서도 자금을 내어줄 수 있는 △대기업 수출성장자금 △현지법인 단기 운영자금 지원 등은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점진적으로 축소해 이들 산업에 좀 더 추가 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조'단위 대규모 투자계획안에도 불구, 지원에 큰 난항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은의 금융지원이 좌초될 뻔한 '폴란드 방산수출' 이슈의 경우 '법정 납입 자본금 한도'가 발목을 잡았다. 제한된 은행 법정 자본금 한도 내에서 특정 산업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이 여력상 다소 무리였던 까닭이다. 하지만 이번 지원안의 경우 자금을 투입하는 산업군이 다변화돼 있고, 차주도 제각각인 만큼 다소 결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내용들을 보면 5년에 걸쳐 수주 건별로 자금을 지원하고, 차주도 모두 다르기에 문제될 소지는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공급망 금융'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하반기부터 원활한 공급망 기금 지원이 가능하도록 수은 내 심사조직 신설 등 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다. 또 최대 5조원 규모의 재원을 조성하되, 집행 추이를 고려해 기금 규모를 향후 연간 최대 10조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공급망 금융은 리튬·니켈·코발트 등 희토류를 일컫는 원재료 구매부터 물류까지 전반적인 공급망관리(SCM)·가치사슬(밸류체인)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정부 발표안은 윤희성 수은 행장의 창립 48주년 기념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윤 행장은 지난 1일 열린 창립 기념사에서 "수은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금융 수단을 패키지화해서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금리 경쟁력을 제고해서 해외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겠다"며 "새로 담당하게 된 공급만 안정화 기금 업무와 경제외교 지원업무도 차질없이 수행해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금융위원회는 전날 제7차 정책금융지원협의회에서 산은을 통해 AI 분야에 3조 5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산은의 첨단산업 지원 프로그램인 '초격차산업지원프로그램'에 AI를 신설해 올 연말까지 3조원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원전 등 5대 산업분야에 AI를 추가 반영·지원하는 것이다.

이에 산은은 AI모델 및 클라우드, 핵심 응용분야인 로봇·자율주행 영위기업에게 최대 1.2%p까지 인하한 우대금리로 저리의 자금을 제공할 전망이다. 상품 출시 준비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프로그램이 시중에 나올 예정이다. 

또 산은은 AI기술 개발과 생태계 육성을 지원하는 'AI 코리아 펀드'도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AI 클라우드, AI모델 개발 영위기업 등에 산업은행의 자금 1500억원과 민간자금 3500억원을 유치해 자체 펀드를 꾸린다는 구상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