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조성준 차장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서울은 한 번 나가면 끝'이라는 말이 있다.

서울에서 살다가 인천·경기도로 이주하면 좋든 싫든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가 어렵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다.

인천·경기에서 누리는 삶이 좋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직장이나 학교는 서울에 있지만 여러가지 개인 사정, 특히 집값의 부담을 느껴 이사를 갔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들은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서울로 이주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경기에서 서울 집을 사 이사하려면 기존에 지어진 서울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가격을 고려한다면 낡고 허름한 아파트가 그 대상이다. 청약으로 서울에 입성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민의 꿈과 희망인 내집마련을 위해 존재하는 청약제도는 서울 밖에 사는 국민들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청약 제도에 있어서 어느 지역에 있는 주택이든 지역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소위 '당해 요건'이라고 하는 이 방침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실거주 수요자들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취지로 운용되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그럴싸하지만 실상은 주소지에 따른 차별적 요소로 작용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앞서 말한 대로 서울 인기 민간청약에서 인근지역 거주 신청자의 당첨 확률이 사실상 '제로(0)'라는 점이다.

국토부는 현재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를 규제지역으로 두고 나머지 구는 비규제지역으로 관리 중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서울 내에서 발생하는 민간분양 일반공급분은 규제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어느 정도 인기만 있으면 인천·경기 주민의 당첨이 불가하다.

규제지역인 4개 구에서 나오는 청약은 민간분양 일반공급에 있어서 1순위 대상자의 지역 요건을 서울 내 2년 이상 계속 거주자로 명시하고 있다. 인천과 경기도 거주자는 2순위로, 가점제이든 추첨제이든 1순위에서 모집인원을 1순위인 서울 시민들로 채울 경우 기회를 받지 못한다.

비규제지역인 서울의 나머지 21개 구에서는 인천·경기도민도 '인근지역'으로 묶여 지역 차등 없이 예치금만 충족하면 1순위이지만 이는 형식적인 조건이다.

만약 청약에서 경쟁이 발생할 경우 서울 거주자가 우선공급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인천·경기도 거주자는 후순위로 밀려난다.

예를 들어 서울 내 아파트 분양 공급분 100개에 청약 신청한 서울 거주자가 100명 이상이면 인천·경기도 거주자는 지원해봤자 후순위로 밀려 자동탈락되는 것이다.

6월말 현재 올해 들어 서울에서 분양한 10개 민간공급 단지들은 모두 이와 같은 제도를 따르고 있다.

반면 경기도 분양 단지는 당해 요건이 경기 전체가 아닌 해당 자치단체에만 적용되고, 30%의 물량만 당해 거주자에게 우선권을 줄 뿐 나머지 물량에서 서울·인천·타지역 경기 거주자들이 얼마든지 당첨될 수 있다.

인천도 당해 거주자 우선공급을 50%로 하고 2순위에서 인근지역과 당해 탈락자들을 추첨하는 식이다.

한 마디로 서울 사람은 인천과 경기도 인기 단지 청약에 얼마든지 당첨될 수 있으나 그 반대는 어렵다는 것이다.

   
▲ 서울의 아파트 모습./사진=김상문 기자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불공정한 제도다. 원칙적으로 청약 신청을 막은 것은 아니므로 헌법 제14조 '거주·이전의 자유'에 위배되지는 않지만 어디까지나 제도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실질적으로는 서울로의 진입 방법 하나를 막아 헌법 취지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하나의 생활권이다. 지난해 말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의 타 지역 통근 비율은 각각 18.6%, 31.3%, 25.3%였다. 인천·경기 통근자 10명 중 2~3명은 수도권 타지역으로 통근하는 것이다.

지난 2020년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경기도에서 매일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125만 명이었다. 그 해 경기도 인구가 1381만 명이었으니 경기도민 약 10분의 1이 서울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셈이다.

인천·경기 거주자가 서울에서 생활하며 쓰는 돈은 고스란히 서울시 재정으로 흡입된다. 서울은 서울 시민의 것 만이 아닌 셈이다. 

오래 전부터 이어지는 '위장전입'도 실상은 서울을 포함한 타지역 청약을 교묘하게 막은 청약제도에서 비롯된 부작용이다.

부동산 청약을 목적으로 위장전입하는 대기자들의 목적은 단순하게도 목표한 지역에서 청약 당첨돼서 살아가는 것이다.

아무 잘못이 없는 이 동기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다 보니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되는 면이 없지 않다.

투기 목적의 외지인 청약을 차단할 목적이라면 실거주 요건과 전매제한 요건을 걸어놓으면 그만이다. 청약 대기자가 현재 어디에 주소지를 뒀다는 이유만으로 인근지역 청약에 제한을 두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며 행정편의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도보로 20분, 차로 5분 거리 등 서울과 인천·경기의 경계선에 사는 사람들은 인위적인 당해 요건때문에 자유로운 주거 계획을 세우는 데 큰 지장을 받는다.

메가 시티 구상도 나오는 등 수도권은 이미 광역화된 하나의 생활·경제권이다. 정부는 이 현실을 받아들여 당해 요건을 폐지하거나 대폭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