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3일 은행권 부행장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모든 대출로 확대 산정해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차주들의 상환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로, 은행들은 정책모기지와 전세대출에도 스트레스 DSR를 시범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당국의 이 같은 발언에 추후 전세대출이 실제 DSR 규제에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3일 열린 은행권 가계부채 간담회에서 모든 대출에 대해 DSR를 산정해달라고 주문했다. 현행 DSR 규제는 대출자(차주)의 연 소득 중 빚을 갚는 데 필요한 원리금의 비율이 연소득의 40%(은행 기준)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전세대출과 정책 모기지, 서민금융상품,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은 DSR에 반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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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지난 3일 은행권 부행장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모든 대출로 확대 산정해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금감원이 전세대출, 정책모기지 등에 대해서도 DSR를 시험 적용하자는 건 최근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한층 정밀하게 관측하기 위한 조치다. 대표적으로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는 DSR에서 제외되다보니 실제 차주들의 대출 정도가 상환능력보다 과도한 지에 대한 분별력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까닭이다.
특히 가계부채가 지난 4월을 기점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당국도 한층 위기의식을 갖는 모습이다. 실제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은 708조 5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약 5조 3000억원 급증했다. 이는 2021년 7월 6조2000억원 증가한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주로 정책모기지 등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급증을 부추기고 있는데, 감소세를 이어오던 전세대출도 최근 증가 전환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전세대출 잔액은 118조 2226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약 24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2년 9월 2896억원 증가 이후 21개월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그동안 전세대출 잔액은 2022년 10월 이후 감소세를 보였는데, 올 4월 117조 9129억원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5월부터 117조 9827억원으로 반등했고, 6월에도 거듭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31조 4986억원 △신한은행 30조 6280억원 △농협은행 20조 7053억원 △하나은행 19조 414억원 △우리은행 16조 3493억원 순이었다.
이에 당국은 '차주의 실상환능력'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모든 대출을 반영해 차주가 실제 빚을 갚을 수 있을 지 검토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차주들의 실 대출 한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과 은행권, 신용정보원 등은 새로운 DSR 산정 방식과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차주들의 실 상환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는데, 실태 파악차 도입한 조치가 실제 대출규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실제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은 간담회에서 "담보가치에 의존하기보다는 내실 있는 DSR 심사 등을 통해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릴 수 있도록' 차주의 상환능력을 엄정하게 심사하는 관행 확립도 매우 중요하다"며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차주 소득 등 상환능력을 파악해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증서를 기반으로 하는 전세대출이 DSR규제 등을 적용하기 어려워 과잉대출을 유도할 수 있다며,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브리프 논단 '전세 제도의 거시경제적 위험과 정책과제'에서 "전세 계약은 대출 계약과 매우 흡사한데도, 과잉 대출에 대한 규제 적용이 어렵다"며 "전세 계약으로 인한 가계부채의 과도한 누적을 방지하는 것은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세대출 보증이 임차인의 전세자금을 마련해주는 용도로 활용되지만, 실질적으로 임대인의 대출 상환리스크를 보증해주는 까닭이다. 임대인이 임차인을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셈인데, 궁극적으로 금융회사는 상환여력을 검증한 바 없는 임대인에게 대출을 내어주는 것과 동일한 구조인 것이다. 이에 박 연구위원은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낮춤으로써 대출을 축소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김현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논단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거시건전성 규제 관련 이슈 및 시사점'에서 "전세 제도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 일치에 의해 유지되어온 자생적 제도이나 주택 시장 사이클의 경기순응성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측면에서 부정적 외부효과를 초래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세 제도에 부여된 각종 인센티브를 줄여나감으로써 전세 제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가는 동시에 서민 주거안정 측면에서 월세 비용 소득공제 확대,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지원책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