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의 명품백 사과 의향 문자 무시 논란
"실제론 사과 어렵다고 강조한 것으로 기억"
당권주자들 韓 비판 속 당심 움직임에 촉각
[미디어펜=진현우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총선 과정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읽씹'(읽고 답하지 않는 것)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권 내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 후보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던 지난 1월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지만, 한 후보가 이를 무시했다는 내용이다.

한 후보는 의혹이 일자 "실제 김 여사가 사과하기 어렵다는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알려진 의혹과 상반된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여당 당권주자들이 일제히 한 후보를 향해 비판성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향후 '당심'(黨心)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읽씹' 의혹의 발단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의 한마디로 시작됐다.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1월19일 김 여사가 한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재구성한 형태로 공개했다.

김 실장은 "(김 여사가) '최근 저의 문제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며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더 한 것도 요청하시면 따르겠다'고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자를 보낸 이후 한 당시 비대위원장이 이 문자를 읽고 씹었다는 것이다"라며 "그래서  김 여사의 입장에서 굉장히 모욕을 느꼈다고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한 후보의 '읽씹'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경쟁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총선 당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한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친윤석열(친윤)계 인사로 불리는 원희룡 후보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기간 중 가장 민감했던 이슈 중 하나에 대해 '당과 한 당시 비대위원장이 요구하는 걸 다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나"라며 "공적·사적 (관계에 대해)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원 후보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불리한 선거 여건을 반전시킬 결정적인 시기를 놓쳤다"며 한 후보의 총선 패배 책임론을 또 다시 꺼내기도 했다.

나경원 후보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후보의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이라며 "한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원과 국민, 그리고 우리 당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상현 후보는 역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국에는 신뢰가 없다는 방증인데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의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며 "한 후보가 정말로 국민의힘을 사랑한다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당도 살리고 윤석열 정부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심사숙고 해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한 후보는 '읽씹' 의혹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의혹이 최초로 제기된 뒤 하루 뒤인 5일 오후 KBS-TV '사사건건'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자 내용이 재구성된 것"이라며 "실제로는 사과하기 어려운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김규완 실장이 재구성해 공개한 문자메시지 내용과는 정반대의 내용인 셈이다.

이에 앞서 한 후보는 같은 날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조찬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자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생각했고 총선 기간 동안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 소통했다"며 "(문자메시지를) 재구성했다고 하지 않나. 내용이 좀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한 후보가 논란의 문자메시지 내용이 실제와는 정반대의 내용이라고 반박하고 나서면서 향후 국민의힘 전당대회 양상이 어떻게 조성될지 주목된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가나다 순) 후보는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외 당협위원장협의회와 소장파 모임 ‘첫목회’ 등이 개최하는 타운홀미팅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타운홀미팅은 한 후보를 둘러싼 '읽씹' 의혹이 불거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이라 당내외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읽씹' 논란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면서도 "당심이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면 민심의 눈치를 보게 돼 있는데 전략적 마인드를 가진 당원들이 많다면 민심을 쫓아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