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北에 장거리미사일 배치 가능성 시사…"‘트럼프 2기’ 때 주한미군 철수" 나와
전봉근 “핵무장할 때 안보·국력 취약해져…中·日·EU 등 법적·경제 수단으로 저지 예상”
정성장 “지정학적 문제가 핵비확산보다 중요…미중 격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도 문제”
박영준, “美핵정책 변화 설득→NPT 예외국가 동의→한·일에 조건부 핵무장 허용” 제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을 맺으면서 첨단군사기술 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파트너 국가들에 장거리미사일 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중국은 북러 밀착에 거리를 두고 있으나, 미중 간 전략경쟁 구도에서 중국이 손을 잡을 대상은 이미 정해져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 및 축소가 당연한 절차로 거론되고 있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을 경우 방위비 분담금은 물론 북핵 협상, 한미 경제안보 협력 등 양국 관계에 큰 변화가 전망된다. 그리고 그 주장 속에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달 15일 (사)플라자프로젝트와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가 공동주최해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의 안보 상황과 북한 핵위협’ 세미나에선 지금 세계의 안보질서가 전환기를 맞았고, 북핵 문제도 전혀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북한 비핵화 논의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동북아 및 세계 평화를 위해 한국과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의 핵무장이 과연 이익인지, 여전히 한국이 핵비학산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인지를 따져봤다. 
 
관건은 1968년까지 핵무기 개발 5개국만 합법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현행 국제규약인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한국이 탈퇴할 경우 한국의 안보·경제에 끼칠 파장이 있을지 여부와 또 있다면 어느 정도일지에 있다. 또 과거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을 예외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했을 때처럼 한국의 지정학적 여건 및 북핵 현실을 예외적으로 볼 수 있을지 미국의 결단에 달렸다.  

플라자프로젝트 세미나에서 한국 핵무장의 필요성 및 가능성을 비판한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전통적인 핵전략 지식에 따르면 핵은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한국이 지금의 NPT 체제 속에서 원자력 이용 국가로 발전해온 점을 지적하며, 핵보유를 할 경우 오히려 지정학적으로 주변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봉근 명예교수는 먼저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없는 이유에 대해 “한국이 핵 강대국을 동맹국으로 갖지 못했다면 온갖 비난과 비용을 무릅쓰고 핵무장해야한다”며 “하지만 한국은 세계 최강의 핵 초강대국을 동맹국으로 갖고 있고, NPT 체제 속에서 세계 최고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국가로 발전했다. 만약 한국이 핵무장한다면 오히려 국가안보와 국력이 취약해진다”고 밝혔다.

특히 “한미동맹, 주한미군, 긴밀한 과학기술협력, 통상협력은 미국의 안보공약의 물증”이라면서 “프랑스의 자체 핵무장 필요성 논리가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소련과 달리 북한에겐 미 본토 타격 역량과 2차 타격 역량이 사실상 없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핵보복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이 대북 핵공격의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탄두)를 장착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3일 보도했다. 2024.4.3./사진=뉴스1

그러면서 “미중 전략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다. 미군 평택기지는 미군기지 중에서 북경에 가장 가까운 위협적인 위치에 있다. 만약 한국의 핵무장 대가로 평택 미군기지를 축소하거나 철수한다면 향후 복구하고 싶을 때 중국의 강력한 반발로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핵무장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핵개발 시도로 한미갈등을 초래하고, 미국의 핵우산을 후퇴시킨다. NPT를 탈퇴하면 원전 수출, 국제 원자력 협력, 핵연료 도입이 불가능해진다”며 “미국, 일본, EU, 중국이 온갖 법적·경제적 수단으로 핵개발을 저지할 것이다. 일본, 중국은 한국의 국력과 첨단산업 역량을 훼손하는 기회로 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명예교수는 핵무장이 불가능한 현실적 이유에 대해 “한국은 동맹국가, 통상국가적 속성으로 인해 ‘핵개발의 계곡’을 통과하지 못한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대와 제재 압박을 거스르는 핵개발이 불가능하고, 핵무장을 위한 정치적 국민적 합의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남북은 상시로 군사충돌 발생 가능성이 높은데, 한국이 핵무장할 경우 이때 핵무기가 동원될 가능성도 크다. 인도-파키스탄과 같이 제로섬적 안보경쟁이 치열한 국가와 다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미국 공화당 트럼프계 인사들의 한국 핵무장 용인 발언에 대해선 “개인적 견해이자 언론의 관심끌기용으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미국의 핵비확산 원칙은 견고하고, 정부, 의회, 싱크탱크에 광범위하게 확산돼있다. 마크 에스퍼 트럼프 행정부 국방장관은 지난 4월 3일 미국의소리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한다. 미국 핵우산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플라자프로젝트 세미나에서 한국 핵무장의 필요성 및 가능성을 주장한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현실적으로 북한 비핵화 정책이 실패했고, 이를 인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더 부합한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핵보유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정성장 센터장은 북한 핵포기가 비현실적인 이유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상당 부분 무력화됐고, 더 이상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트럼프 2기가 들어설 경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지난 5월 한국언론과 인터뷰에서 ‘김정은에게 핵포기를 설득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허무맹랑하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 (사)플라자프로젝트와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가 공동주최한 ‘한국의 안보 상황과 북한 핵위협’ 세미나가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2024.6.15./사진=플라자프로젝트 제공

이어 “여기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갖췄다’고 말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며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까지 창설 15년만에 폐지시켰다. 이처럼 북한 비핵화는 완전히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또 한국이 핵무장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시키고,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룬 워싱턴선언을 휴지장으로 전락시켜 미국의 확장억제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렇다면 한국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자체 핵무장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행히 크리스토퍼 밀러 전 미 국장장관 대행, 콜비 전 부차관보 등 ‘트럼프 핵심 측근’들이 한국의 자체 핵보유에 열린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트럼프 재선 시 한국이 핵무장으로 나아갈 때 우호적이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또 “일부 비확산론자들은 한국의 핵무장을 악마화하면서 한국이 핵무장하면 일본, 대만도 핵무장하고, 이란 등 중동국가들의 핵무장을 우려한다”며 “그러나 핵실험을 6차례나 강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수시로 발사하는 북한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 한국과 그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한국이 핵무장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로 “미국은 앞으로도 수십년간 세계 최고의 군사강국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격차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0년 전 미국의 국방예산은 그 다음 국방예산 규모 순위 18개국의 국방예산을 합한 것보다 많았으나, 2020년대 초 7개국 국방예산을 합한 정도로 줄어들었다. 반면 국방예산 2위인 중국은 최근 5년간 매년 10%씩 국방예산을 늘려왔고, 세계 전체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GDP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콜비는 5월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군사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자국방어를 최대한 스스로 책임지고, 주한미군은 중국 억제로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콜비는 ‘지정학적 문제가 핵비확산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적이 핵무기를 갖는데 우리가 동맹의 핵무장을 막는다면 그것이 비확산정책의 승리인가’라고 질문했다”고 덧붙였다.

정 센터장은 전술핵무기 재배치보다 핵무장이 더 현실적인 이유에 대해선 “미국이 한국에 배치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가 충분치 않고, 전술핵 재배치할 경우 미 행정부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정책에도 맞지 않으며,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면 누적되는 재정적자로 연방 행정부의 셧다운이 골칫거리인 미국의 예산절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3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2024.7.4./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통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미국정부를 설득할 수 있다. 한국의 핵보유를 비확산이란 좁은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다. 지정학과 동북아 평화, 세계평화라는 넓은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대만, 일본과의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므로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한다고 해서 제재로 한국경제를 파탄낼 가능성도 없다”면서 남한의 핵무장 로드맵으로 ▲핵자강을 위한 컨트롤 타워 구축 및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국가비상사태 시 NPT 탈퇴 ▲미국을 설득해서 미국의 묵인 하에 핵무장 추진 ▲남북 핵균형 실현 후 북한과 핵감축 협상을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선 박영준 국방대학교 교수는 콜비 전 미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난 5월 21일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가 초빙해 간담회를 열었던 사실을 공개하고, 콜비가 한국의 독자 핵무장 허용이 미국의 국가기익에 더 기여한다고 말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콜비가 ‘바이든 정부의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 및 한미 NCG 구축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평가하고, ‘이런 공약 남발이 북한 등의 전략핵공격 가능성을 높여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에 반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콜비는 ‘미국 내 5개 도시가 북한 등의 전략핵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있는데도 미국이 한국 등에 핵우산, 확장억제를 제공해야 하나. 미국으로서는 한국 등의 독자적 핵옵션을 허용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더 기여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이날 한국에 필요한 세 단계 핵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첫째, 현 바이든 정부에선 NCG 프레임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실효성 확보에 노력하고, 둘째, 미국 내 정치적 변화가 있을 때 기존 미국의 핵정책으론 러시아-중국-북한의 연합 핵능력 대응이 힘들다는 점을 미국 조야에 전달해서 미국의 핵정책 변경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이때 특히 핵잠수함의 동맹국 확산 필요성을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셋째, 한국과 일본에 핵 잠재력을 허용하는 조건부 핵무장 옵션을 허용해서 글로벌 핵질서 동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이때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을 미일 원자력협력협정 수준으로 개정하고, 한국을 NPT 10조의 예외적 적용 국가로 인정해 국제기구에서의 동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처럼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조건부 핵능력 보유에 대한 정책 설정이 필요하다. 또 한미 간 NCG를 핵 기획 및 운용 공유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