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 앞다퉈 미국서 AI 관련 기업 만나 협력
글로벌 경영 환경 악화 속 AI가 극복 수단으로 떠올라
AI 관련 투자 계획 속속 나와…SK 85조원·LG 50조원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대기업 총수들이 인공지능(AI)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시작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최근 미국 출장길에 오르면서 AI 관련 업체들과 만나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이들의 행보는 AI 시장 확대에 맞춰 시장을 선점을 위한 협력 강화는 물론 투자에도 적극 나서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지난달 11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자택을 찾아 AI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글로벌 빅테크 기업 만나 협력 강화 모색

8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2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2주 넘게 미국에 머물고 있다. 최 회장이 이번 미국 출장에서 가장 먼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인 ‘빅테크’ 주요 인사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났다.

최 회장은 샘 올트먼 CEO와는 급변하는 AI 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SK와의 AI 서비스 협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사티아 나델라 CEO와의 만남에서는 반도체, 데이터센터, 언어모델 등 AI 관련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AI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2개월 만에 미국 출장에 올라 빅테크 기업들과 만났는데 이는 그룹 차원에서 AI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5월 31일부터 2주간 미국 출장을 통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비롯해 앤디 재시 아마존 CEO,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CEO와 회동했다. 

이 회장 역시 이들과 AI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저커버그 CEO와 AI·가상현실 등 미래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앤디 재시 CEO와는 생성형 AI에 대한 시장 전망 및 양사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크리스티아노 아몽 퀄컴 CEO와는 AI 반도체 및 차세대 통신칩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지난달 17일부터 나흘간 미국 현장경영을 진행하면서 AI 관련 기술도 살폈다. AI 반도체 설계업체 텐스토렌트와 AI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를 찾아 관련 기술을 보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척 로빈스 미국 시스코 회장과 만났다. 시스코는 AI 보안 솔루션을 보유한 회사다. 정 회장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핵심인 차량 네트워크 보안, AI 기술 등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만남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대기업 총수들의 최근 행보의 공통점은 AI와 연관이 있다. 글로벌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AI가 떠오르면서 관련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에 대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에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빅테크 기업이나 스타트업 CEO들을 만나 AI 시장에서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앤디 재시 CEO와 만나 AI, 반도체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최태원 SK그룹 회장 인스타그램


◆AI 기술 선점 위해 투자 확대

앞으로도 국내 주요기업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AI 관련 투자를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리서치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02억 달러(약 207조 원)에서 2030년 1조3452억 달러(약 1850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SK그룹에서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SK그룹은 AI 관련 사업에 2028년까지 약 85조 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AI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AI 서비스 등 AI 밸류체인을 더욱 정교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라며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HBM AI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HBM은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텟트를 통과하면 하반기 중 양산이 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HBM 개발팀’을 신설하면서 HBM4(6세대) 기술개발에 나섰다. 또 올해 HBM 공급 규모를 전년보다 3배 가량 확대하고, 내년에도 2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으로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LG그룹도 AI에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AI를 바이오, 기후기술과 함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키우기 위해 향후 5년간 50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AI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결국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며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으로 글로벌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이지만 AI 관련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