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대기업 10곳 중 9곳은 올해 하반기에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금리·고환율 장기화와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을 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132개사 중 74.2%(98곳)는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올 상반기보다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16.7%(22곳), 줄이겠다는 비율은 9.1%(12개)다.

하반기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 기업들은 '노후화된 기존 설비 교체·개선'과 '업황 개선 기대감'(각각 31.8%)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불황기 적극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응답도 13.7% 나왔다.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기업들은 '고금리 등 글로벌 통화 긴축 지속 전망'(33.4%), '원가 상승에 따른 리스크 확대'(16.7%) 등을 우려했다.

박용민 한경협 경제조사팀장은 "통화 긴축 지속을 우려하면서도 글로벌 수요 증가 등을 통한 경기 회복 기대감에 전체적으로는 상반기 수준으로 투자를 유지하거나 늘리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투자 활동을 본격화하는 시기에 대해 응답 기업 중 37.1%는 '내년 상반기'로 전망했다. '이미 활성화했다'는 응답은 24.2%, '올해 하반기'는 15.2%였다.

세제 지원 확대와 규제 완화로 투자 기업을 지원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 기업 규제 완화(25.0%)를 가장 많이 들었다. 이어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강화(22.7%), 물가 안정(12.9%) 등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중 43.9%는 하반기 인공지능(AI) 투자를 계획(10.6%)했거나 검토(33.3%)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AI 투자의 이유로는 생산공정 및 물류시스템 효율화(46.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이 투자 여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세제지원 확대와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한편 연구개발(R&D) 인센티브를 통해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