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금리 조정에도 은행채 금리 하락세에 하단 2.8%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주기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또다시 하락하면서 금리하단이 연 2.8%대까지 내려왔다. 최근 은행들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해 금리를 줄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거듭 하락 조정되면서 최종 대출금리가 종전보다 더 하락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금리하단 최저치 상품 기준)는 연 2.87~5.70%를 기록 중이다. 

   
▲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주기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또다시 하락하면서 금리하단이 연 2.8%대까지 내려왔다. 최근 은행들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해 금리를 줄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거듭 하락 조정되면서 최종 대출금리가 종전보다 더 하락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금리하단이 가장 낮은 상품은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로 연 2.87~4.88%를 기록했다. 이어 KB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혼합)'이 연 3.04~4.44%, 우리은행의 '우리아파트론(일반자금)'이 최저 연 3.07%의 금리를 각각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혼합)'은 연 3.284~3.684%, NH농협은행의 'NH주택담보대출_5년주기형'은 연 3.30~5.70%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 5일 금리 연 2.90~5.74%에 견주면 하단은 약 0.03%포인트(p), 상단은 약 0.04%p 각각 하락한 셈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금리하단이 유독 낮은데, 이는 지난해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마련한 상생금융 정책의 일환으로 가산금리를 감산해주는 데서 비롯됐다. 일부 타행에서도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가산금리에 금리인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작년에 상생금융 취지로 사회 배려계층 및 모범 납세자들이 금리우대를 받을 수 있도록 추가 우대금리를 신설한 바 있는데, 이를 적용하면 최저 연 2.87%가 나오게 된다"며 "(통상적인 조건의) 일반 개인이 금리우대를 받을 경우 최저 연 3% 초반대의 금리로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최근 가계대출의 급등 현상에 주목해 은행권 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정책모기지를 중심으로 주담대가 폭증하자, 당국이 가계대출 속도 조절차 각 은행에 대출금리 인상을 구두 주문한 것이다. 

5대 은행의 지난 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0조 7558억원으로 6월 말 708조 5723억원 대비 약 2조 1835억원 폭증했다. 6월에도 한 달 전보다 약 5조 3415억원 급증했는데, 이달들어 단 4일 새 2조원 이상 불어난 셈이다.

이에 은행들도 가산금리 조정으로 금리를 소폭 인상하거나 인상을 계획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주기형 주담대 최저금리를 지난달 28일 연 3.183%에서 이달 1일 연 3.34%로 0.157%p 인상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3일 변동금리형과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각각 0.13%p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오는 12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우리WON주택담보대출 중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본부조정금리를 0.1%p 축소해 금리인상 효과를 반영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현황을 모니터링하며, 수급 상황에 따라 인상 여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에도 대출금리가 종전보다 하락한 건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줄하향한 까닭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고정형 주담대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 무보증(AAA)'의 금리는 8일 현재 3.392%까지 떨어졌다. 전거래일인 지난 5일 3.396%를 기록하며 3.3%대까지 하락한 것인데, 1년 전인 지난해 7월 7일 금리가 4.330%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격차는 약 1%p에 육박한다.

올해 5년물 금리는 3.7~3.9%대를 오르내렸는데, 지난 5월 초부터 본격 하락흐름을 보이고 있다. 5월 3일 금리는 3.895%를 기록해 3.9%에서 본격 3.8%대로 진입했고, 같은 달 16일에는 3.750%로 내려왔다. 6월에는 5일 3.664%, 13일 3.580%, 19일 3.451%를 기록했고, 이달 들어 본격 3.3%대에 안착했다. 최근 채권금리가 매주 0.1%p 단위로 거듭 하락 조정된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제 3분기가 시작했는데 미국에서 하반기에 금리를 내린다는 시그널을 주면서 기대감에 금리가 내려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은 추후 기준금리가 본격 인하하더라도, 대출금리가 현 수준보다 눈에 띌 정도로 하락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이달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미국발 금리인하가 하반기께 예상되는 만큼 추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게 점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시장금리가 꽤 하락조정된 탓에 기준금리 하락이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지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다른 관계자는 "기준금리에 비해 지금 금리가 계속 떨어지지 않았느냐. 하반기에 금리가 내려간다 하더라도 극적으로 내리지 않을 것이다"며 "연말까지 놓고 보면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하 수준이 중요하겠지만, 금리가 하락해도 현재보다 조금 더 하락하는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한편 오는 9월부터 은행권은 당국 지침에 따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본격 도입하게 된다. 예상 대출금리에 스트레스금리를 추가 반영함으로써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되는 만큼, 가계대출 신규증가분을 어느정도 잠재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는 이 규제를 반영하지 않아 가계대출 증가세를 완전히 잠재울 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규제 강화로) 대출 금액 자체가 작게 나오기 때문에 대출 수요가 줄어들긴 할 것이다"면서도 "정책모기지가 규제에 반영되지 않는 게 문제인데, 정부가 실수요까지 틀어막게 되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DSR 2단계가 시행되더라도 금리가 낮아지면 한도는 늘어나게 된다"며 "대출한도가 예상보다 꽤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큰 불이 안 잡혔는데 잔불을 끈다고 불이 꺼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원불인 집값을 잡아야 한다. 집값을 못 잡으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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