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박주호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의 이른바 '폭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대응에 나섰다.

축구협회는 9일 공식 홈페이지에 '박주호 위원의 영상 발언에 대한 유감의 글'을 올렸다. 이는 전날 박주호 위원이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명보 국가대표 김독 선임 등과 관련해 한 말들이 큰 파장을 일으키자 그 내용을 반박 또는 해명하며 축구협회의 대응을 알린 글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7일 공석 중이던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 선임을 내정했다고 알렸다. 이어 8일에는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부문 총괄이사가 브리핑에 나서 홍 감독 선임 과정과 그 이유 등을 설명했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이 당초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데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외국인 감독 선임이 불발에 그치는 등 난맥상을 보여 축구협회는 비판적인 시각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해 이임생 이사가 대신 감독 선임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다. 한참 시즌 도중에 현역 K리그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데 대해 울산 팬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기도 했다.

   
▲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이 유튜브 채널에서 축구대표팀 선임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박주호 유튜브 채널 캡처


와중에 박주호 위원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5개월간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벌어졌던 일들, 자신이 느꼈던 불합리한 점들을 거침없이 얘기했다. 특히 박 위원은 자신이 추천한 외국인 감독이 석연찮은 이유로 선임되지 못한 점, 처음부터 국내 감독 선임 쪽으로 전력강화위의 분위기가 흘러간 점, 홍명보 감독 선임을 위원인 자신도 몰랐다는 점과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박 위원의 이런 폭로성 발언들이 큰 파장을 일으키자 축구협회가 공식 입장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축구협회는 입장문에서 "박주호 위원이 감독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한 바, 이것이 언론과 대중에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면서 "치우친 자기 시각에서 본 이러한 언행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자체는 물론 자신을 제외한 많은 위원들의 그간의 노력을 폄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축구협회는 "절차 자체를 그렇게 부인하는 발언을 자기검토 없이 SNS플랫폼에 그대로 업로드하는 것은, 대중과 언론의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하며 "박주호의 이러한 언행이 위원회 위원으로서 규정상 어긋난 부분이 있는 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필요한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호 위원의 영상 발언에 대한 유감의 글]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이 SNS 출연 영상을 통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과 감독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한 바, 이것이 언론과 대중에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박주호 위원은 지난 8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한 축구 해설위원과 함께 출연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치우친 자기 시각에서 본 이러한 언행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자체는 물론 자신을 제외한 많은 위원들의 그간의 노력을 폄훼하고 있어, 우선적으로 지난 5개월간 함께 일해온 나머지 전력강화위원들에게도 사과하고 해명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의 이러한 언행이 위원회 위원으로서 규정상 어긋난 부분이 있는 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필요한 대응을 진행할 것입니다. 

영상 발언 중 언론과 대중들의 오해를 가장 많이 불러일으키는 부분들은 왜곡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 박주호, 홍명보 감독 선임 몰랐다? 절차가 아니다? 

박 위원은 영상에서 홍명보 감독 선임관련 언론공지 문자 사실을 접한 뒤 깜짝 놀랍니다. '이게 정확한 절차, 원래 이렇게 뭔가 회의 내용에서의 이 절차는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이제까지 5개월 동안에 이게 전 너무 허무해요'라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언론에서는 '박주호, 충격폭로, 홍명보 감독 선임 몰랐다' 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박주호 위원이 한국축구를 위해 뽑고 싶었던 감독상과 다를 수는 있으나, 이것을 절차상 잘못되었다고 경솔하게 언급한 것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왜냐하면 정해성 위원장이 주관하고, 박주호 위원이 참석한 최종 회의였던 제10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들여다보면 이날 위원회는 5명의 후보(홍명보 감독 포함)를 가려냈고, 이 자리에서 위원들은 ‘5명의 후보까지 위원회가 추천할 테니, 다음 과정은 이 후보들로 위원장이 진행하도록 정 위원장에게 위임’ 한 바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위원 각각이 선호하는 감독 후보자는 다를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위원회의 시스템은 토론 속에 합의점을 찾는 것이고 그렇게 가려졌던 후보들입니다.

박주호 위원은 후보자 검토 과정에서 여러 후보를 추천하고, 장단점에 대해 분석하며 노력해왔기에, 이렇게 위원회가 합의점을 찾았다 해도 다른 위원들보다 자신의 생각이 더 공고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이해되는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주관상 홍명보 감독이 될 거라고 결코 예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감독 선임 직후 그 절차 자체를 그렇게 부인하는 발언을 자기검토 없이 SNS플랫폼에 그대로 업로드하는 것은, 대중과 언론의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왜냐하면 홍명보 감독은 정해성 위원장 주관하에 박주호 위원 등 10명의 위원이 활동하던 10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당시 위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 전력강화위원이 감독 선임 관련 언론 대상 공지가 나올 때까지 감독을 몰랐다는 것이 절차의 문제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력강화위원회는 감독 후보자들을 추천하는 곳이며, 이번 감독 선임은 전력강화위가 추천한 최종 후보자들을 검토하여 진행되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정해성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의 표명을 할 당시 상황을 하나 설명드립니다.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위원장이 2명의 외국인 지도자의 해외 면담 일정을 잡고 있는 도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협회에서는 위원회를 재구성하는 것도 검토하였으나, 일단 협회 기술총괄인 이임생 이사가 남은 과정을 진행하는 방안을 남은 5명의 위원들에게 물어서 동의를 받았습니다. 

또한 최종 후보는 기술총괄 이사가 정하는 것도 박주호 위원을 비롯한 5명의 위원들과 각각 얘기한 것입니다. 

박주호 위원은 후보자를 압축하는 과정에도 동참했고, ‘이후의 과정은 이임생 기술이사가 최종 결정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전달받고 동의를 했던 위원인데, ‘이건 아니다. 절차가 안 맞는다’고 하는 것에 대해 의아할 뿐입니다.

위원으로서 자신이 지지한 바와 다른 결과에 대해 놀라고 낙심할 수는 있으나 결과가 내 예상이나 의도와 다르다고 해서 '절차가 아니다'라는 것은 위원으로서 바른 언행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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