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 회복세 속 디딤돌대출·버팀목전세대출 수요 폭증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약 4조 4000억원 증가해 5월보다 증가폭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꼽히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전달보다 6조 3000억원 가량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폭만 놓고 보면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성장세다. 

최근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디딤돌대출 및 버팀목전세대출 등 정책모기지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은행권 주담대가 폭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약 4조 4000억원 증가해 5월보다 증가폭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꼽히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전달보다 6조 3000억원 가량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폭만 놓고 보면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성장세다. 최근 수도권지역 주택거래 회복 속 디딤돌대출 및 버팀목전세대출 등 정책모기지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은행권 주담대가 폭증한 것으로 풀이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당국이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도입 추진 중인 가운데, 정책모기지가 이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사각지대'라는 점에서 가계부채 폭증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중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달 대비 4조 4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 5조 3000억원에 비하면 증가폭이 축소됐다. 

신규 가계대출은 지난해 10월 6조 2000억원 증가를 기점으로 11월 2조 6000억원 증가, 12월 2000억원 증가, 올해 1월 9000억원 증가 등으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해 2월 1조 9000억원 감소 전환을 시작으로, 3월에도 4조 9000억원 감소를 기록해 가계대출 성장세가 다소 잡히는 듯 했다. 하지만 4월부터 신규 가계대출이 4조 1000억원 증가 전환했고, 5월에는 증가폭이 5조 3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가계대출 성장세는 주택시장 거래 회복세 속 정책모기지 등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폭증한 영향이 큰데, 6월에도 위험한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6월 가계대출 동향을 대출상품별로 살펴보면, 주담대가 6조 1000억원 증가해 전달 5조 6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전달 2000억원 감소에 이어 1조 7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여파로 신용대출 공급액이 크게 줄어듦에도 불구, 주담대가 거듭 성장세를 보이면서 가계대출 폭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위험신호는 은행에서 감지되고 있다. 6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약 6조원 증가해 전달 6조원 증가와 대동소이한 모습을 이어갔다. 하지만 은행 가계대출에서 주담대만 떼어놓고 보면 5월 5조 7000억원 증가에서 6월 6조 3000억원 증가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주택거래 회복세 속 정책모기지 상품인 디딤돌대출과 버팀목전세자금대출 등이 증가세를 이어나간 영향이 크다. 

당국 집계에 따르면 은행 자체 주담대에서 4조원 증가, 정책모기지에서 3조 8000억원 증가를 기록한 반면,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은 1조 5000억원 감소했다. 

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 소득요건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은행 고정금리형 상품의 금리가 꽤 내려온 데다, 스트레스DSR 2단계 도입이 연기된 만큼,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이 은행 자체 주담대로 쏠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보금자리론과 비등한데, 금리하단은 오히려 더 낮게 형성돼 있다. 보금자리론 금리는 4월부터 6월까지 연 3.05~4.35%로 동결됐다가, 이달 고시금리에서 0.1%p 하락한 연 2.95~4.25%를 기록했다. 

반면 전날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금리하단 최저치 상품 기준)는 연 2.87~5.70%를 기록했다.

은행권에서는 주담대 중심 가계대출 성장세의 주요인으로 △주택거래 회복세에 따른 집값상승 △정책모기지 수요 폭증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지연 △대출금리 하락세 등에 있다는 점을 들어,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일관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다'라는 기대감 내지 전망 때문에 사람들이 주택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며 "이자율도 중요하지만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 또는 (누군가에게는) 공포 때문에 집을 사야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또 "전세보다 '내 집 마련'이라는 열망이 강한 우리나라의 특수성도 매수열풍에 한 몫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나왔을 때처럼 집을 가진 사람은 자산이 몇 배씩 뛴 반면, 전세로 살던 사람은 자산이 제자리에 있게 된다는 공포심이 크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9월부터 DSR 2단계로 규제가 강화되면 대출 금액이 작게 나오기 때문에 대출 수요가 줄어들긴 할 것이다"면서도 "DSR 2단계가 시행되더라도 금리가 낮아지면 한도는 꽤 나올 것이다. 집값을 못 잡으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분기별 부실채권 상각 등의 영향으로 총 1조 6000억원 감소해 전달 7000억원 감소에 이어 감소폭이 확대됐다. 상호금융권이 1조원 감소, 여전사와 저축은행이 각 3000억원 감소한 반면, 보험에서 200억원 증가했다. 

당국 관계자는 "2024년 상반기 가계대출이 GDP 성장률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면서도 "정책성 대출 및 은행권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금리·주택시장 등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증가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가계대출 증가율이 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스트레스 DSR 2단계를 9월부터 차질없이 시행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세심하게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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