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원희룡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문자·사천 논란 충돌
“마타도어 구태정치 없어져야” vs “방어 전쟁은 전세계가 인정해”
[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진흙탕 자제령’에도 상호 비방과 네거티브로 물들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문자 ‘읽씹’ 논란에 이어 총선 ‘사천’ 의혹까지 제기되며 진실공방이 격화된 탓이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앞서 지난 8일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과 면담을 가지고 ‘진흙탕 자제령’을 내린 바 있다. 후보들이 과도한 경쟁으로 비전보다 네거티브에 치중하고 있어 자중을 촉구한 것이다. 이에 후보들은 상호 비방을 멈추며 일시 휴전상태에 돌입했다. 

하지만 휴전은 전날 TV조선 주최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당대표후보 TV토론회를 계기로 무효화됐다. 언론을 통해 김 여사 문자의 원문이 공개되며 공방이 재점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동훈 후보 대응의 적절성과 문자가 유출된 경위를 놓고 후보 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원희룡·한동훈 당대표 후보 간 논쟁이 불거지며 네거티브로 물들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또 10일 오전 원희룡 후보 캠프 측에서 한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영상을 지지자들에게 공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며 진흙탕 전당대회가 재현될 조짐이 나타났다.

이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에서 여과 없이 나타났다.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은 ‘비한’과 ‘친한’으로 나뉘어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한 후보에게는 김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한 책임 제기와, 총선 백서 발간 지연의 배후라는 공세가 분출했다.

당 총선백서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상규 최고위원 후보는 “총선 백서가 왜 안 나오는지 아시나. 마지막 회의에서 총선 백서를 막기 위해 권력에 줄 선사람들이 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면서 한 후보가 총선 백서 출간을 방해하는 배후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당대표 후보도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에 대해 “네거티브가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우리 당이 총선 패배 원인을 규명하지도 않고 있지 않나. 성찰과 반성도 없고 총선 백서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백서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이런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의혹 제기의 책임을 한 후보에게 제기했다.

진흙탕 전당대회의 양대 축인 원 후보도 “이날 제가 먼저 공격하고 이를 확대하지는 않겠지만 공격에 대해 방어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방어 전쟁은 전세계에서 인정되는 것”이라며 공방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에 대해 “김 여사의 (사과) 문자는 한 줄기 빛이자 최후의 희망이 열린 것이었다”면서 “없는 것도 만들어야 내야 했던 절박한 상황에서 (이를 무시한 것은)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고 한 게 아닌지 생각까지 할 수밖에 없다”라며 한 후보의 미숙한 대처가 총선을 패배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 후보와 그의 최고위원 러닝메이트인 장동혁·박정훈 후보는 이들의 비판을 ‘네거티브’로 규정하고 구태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는 전당대회가 진흙탕에 빠지게 된 것에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김 여사의) 문자가 공개됐다. 이는 참 못난 짓”이라면서 “그렇게 (총선 패배의) 회초리를 맞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면서 “국민들께서 매 좀 더 맞아야겠다 생각하실까 봐 겁이 난다”면서 친윤계가 네거티브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도 “전당대회가 당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당력을 하나로 모으는 축제의 장이 돼야 되는데 계속 네거티브를 하는 것이 유감”이라면서 “객관적인 근거가 있으면 공개하고 국민들게 판단을 받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도 지면 된다”며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의혹만을 제기하는 것은 검증이 아닌 네거티브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도 원 후보를 향해 “선관위(의 경고) 때문에 마타도어를 안 한다더니 하루 만에 마타도어를 하는 것은 구태정치”라면서 “이거는 꼭 청산돼야 한다. 물을 끼얹고 도망가는 방식 이게 원 후보가 말하는 자랑스러운 정치 경험이냐 저는 그것을 배우고 싶지 않다”라며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멈출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무계파’와 ‘중립’을 표방한 나경원 후보는 진흙탕 논쟁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논쟁 주제에) 팩트를 모르니 언급을 하지 않겠다”면서 “이렇게 줄 세우기와 줄서기가 극에 달한 전당대회는 처음 봤다. 국민께 보여주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구태정치와 손잡은 분은 빨리 손절을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전당대회가 네거티브로 잠식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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