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홍명보(55) 울산 HD 감독은 자신의 말을 번복하면서 국가대표 감독직을 수락했다.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일까. 홍 감독이 직접 그 이유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열린 광주FC와 2024시즌 K리그1 22라운드 홈 경기(울산 0-1 패)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과정과 이유를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8일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홍 감독은 2027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이끌기로 했는데,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만에 A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하게 됐다.

   
▲ 복잡한 표정으로 10일 광주FC와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홍명보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최근까지도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 후보로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불편해하며 축구협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외국인 감독 선임이 유력해 보였기 때문에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기로 한 것은 뜻밖이기도 했고 전격적이었다. 그 과정을 두고 축구계 내부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많은 팬들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어 홍 감독의 '입장'은 특히 많은 관심을 모았다.

홍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5일 (밤) 이임생 이사가 집 앞에 찾아와 두세 시간을 기다려 이를 뿌리치지 못했다. 당시 이임생 이사가 최근 발표한 '한국 축구 기술 철학'을 이야기하며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 역시 협회 전무이사 시절부터 이를 추진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행정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런 일을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것이 국가대표 A대표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임생 이사와 만나 나눴던 얘기를 전했다.

이어 홍 감독은 "(이임생 이사를 만나고) 저는 밤새도록 고민했다. 한 번 실패했던 그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끔찍하고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라고 고민 끝에 감독직을 수락하기로 한 결정적 이유가 지도자로서의 '승부욕'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저를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잠을 못 자면서 생각했던 건 저를 버리기로 했다, 이제 내게 홍명보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우리 팬들에게 (대표팀으로) 가지 않는다고 말한 마음을 바꾼 이유다"라고 오직 대한민국 축구만 바라보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이날 울산 문수축구장에는 홍명보 감독을 향한 팬들의 비난, 서운함이 담긴 걸개가 많이 등장했다. 울산을 두 차례나 K리그 우승으로 이끈 홍 감독에게 심한 야유도 보냈다.

홍 감독은 팬들의 이런 반응에 "정말 우리 울산 팬들에게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며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그리고 축구만 생각하며 보냈던 시간이 너무 좋았다. 오늘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팬들의 비난 부분은) 전적으로는 저의 책임이다. 다시 한 번 울산 팬들, 처용전사 분들께 사과의 말씀 드리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울산 팬들이 내건 걸개 중에는 '피노키홍', '거짓말쟁이 런명보' 등이 눈에 띄었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를 위해 자신을 버렸다고 했고, 배신감을 느낀 팬들은 '피노키홍'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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