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올림픽에서 메달을 3개나 획득한 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김민석(25)이 헝가리로 귀화했다.

헝가리빙상경기연맹은 최근 홈페이지와 SNS 계정을 통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김민석과 쇼트트랙 선수 문원준이 귀화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히면서 이들의 훈련 모습 등을 공개했다.

김민석은 한국 남자 빙속 대표팀 중장거리 부문 간판 선수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팀추월 은메달과 1500m 동메달을 따냈고, 2022 베이징에서도 1500m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올림픽에서 세 차례나 메달을 수상했다. 2017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2개(팀추월, 1500m)와 동메달 1개(매스스타트)를 목에 걸기도 했다. 

   
▲ 헐가리로 귀화해 훈련하고 있는 빙속 전 국가대표 김민석. /사진=헝가리빙상경기연맹 SNS


이런 김민석이 한국을 떠나 헝가리 국적을 취득한 것은 음주운전으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 선수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은 2022년 7월 충북 진천선수촌 인근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셨고, 자신의 차를 몰고 선수촌으로 입촌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냈다. 대표팀 합숙 훈련 기간 중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빚은 그는 그 해 8월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 1년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지난해 5월 재판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아 대한체육회로부터 2년의 국가대표 자격 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김민석의 국가대표 자격정지 징계는 2025년 5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그는 징계를 마치면 2025년 10∼11월에 열리는 2025-2026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김민석은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 대신 귀화를 선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민석은 헝가리빙상경기연맹을 통해 "한국에서 음주운전으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당시 일을 변명하고 싶진 않다. 후회하고 있으며 그 사건 이후로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있다"면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26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3년 동안 훈련을 하지 못하면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징계로 인해 소속 팀도, 수입도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김민석. /사진=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식 SNS


김민석은 음주운전 징계로 이전 소속팀 성남시청과 계약 만료 후 훈련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헝가리 빙상 대표팀의 한국인 지도자인 이철원 코치로부터 귀화 제의를 받고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헝가리로 귀화해 헝가리 국가대표 자격으로 2026 동계올림픽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김민석이 헝가리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2026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국적을 바꿔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 김민석은 2022년 2월에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뒤 태극마크를 달고 공식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2026 동계올림픽 출전에 문제는 없다.

김민석과 함께 헝가리로 귀화한 문원준은 2021년 개최 예정이었던 루체른 동계 유니버시아드 쇼트트랙 대표팀에 선발됐던 선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대회가 취소됐고, 이듬해 문원준은 대표 자격을 잃었다.

   
▲ 헝가리로 귀화한 김민석(왼쪽)과 문원준. /사진=헝가리빙상경기연맹 SNS


문원준은 헝가리빙상경기연맹을 통해 "(유니버시아드 대회 취소 후) 헝가리에서 훈련 파트너로 활동할 기회가 있었는데, 훈련 방식이 한국과 달라서 놀랐다"며 "한국에선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귀화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문원준 역시 이철원 코치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헝가리는 쇼트트랙 간판선수로 활약했던 사오린 샨도르 류, 사오앙 류 형제가 2022년 중국으로 귀화하면서 대표팀 전력이 약해졌다. 이에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김민석과 문원준의 귀화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빙상 국가대표 선수의 귀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쇼트트랙 간판 스타로 활약했던 안현수가 국내 빙상계의 불화와 알력 등으로 러시아로 귀화, 빅토르 안이란 이름으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2018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은 2019년 대표팀 훈련 과정에서 황대헌과 불미스러운 일로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자 중국으로 귀화해 린샤오쥔으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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