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SK E&S 합병…SK스퀘어는 몸집 줄이기 돌입
리밸런싱 일환으로 옥석 가리기 진행…지분 매각 등 예상
최태원 회장, 선견지명으로 리밸런싱 지원…AI·반도체 ‘승부수’
[미디어펜=박준모 기자]SK그룹이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리밸런싱 작업에 돌입한다. 그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몸집을 키웠다면 이제는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을 추려내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미래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특히 미국에서 미래 사업 구상을 마치고 돌아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리더십을 통해 리밸런싱 과정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 SK 서린사옥 전경./사진=SK 제공


◆SK이노·SK E&S 합병 논의…배터리는 미래성장동력

1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그룹 지주사인 SK㈜가 각각 36.2%,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양사 이사회 결과에 따라 SK㈜도 이사회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SK㈜ 이사회에서 합병안이 의결되면 임시 주주총회 등 후속 절차도 이어지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의 중간 지주사로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등 석유 기반 에너지 사업을,  SK E&S는 LNG·수소·재생에너지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매출 90조 원, 자산 총액 106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SK 측은 합병과 관련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17일 이사회에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통해 SK온 살리기에 나섰다. SK온은 SK그룹에서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지만 최근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누적 적자는 2조6000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최근 배터리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현상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배터리 사업 관련 투자가 진행되다 보니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SK E&S는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병이 완료되면 재무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는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SK그룹 위기 원인으로 SK온이 지목받고 있지만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만큼 합병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은 SK그룹의 리밸런싱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비효율성이 높아지면서 리밸런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SK그룹의 계열사 수는 219개로 재계 1위인 삼성전자의 계열사 63개보다 156개나 많다. 또 현대자동차(70개), LG(60개)와 비교해도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지난달 열린 경영진 회의에서 “219개 계열사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SK그룹은 계열사 통폐합은 물론 지분 매각, 인적 쇄신 등을 통해 리밸런싱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SK스퀘어도 재편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SK스퀘어는 23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18곳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수익을 꾸준히 내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성장성이 높은 티맵모빌리티를 제외한 곳은 매각 대상이다. 특히 11번가는 물론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3D 디지털휴먼 제작사 온마인드 등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외에도 SK에코플랜트 합병설이 나오고 있으며, SK아이이테크놀로지 매각과 일부 계열사의 해외 자산 매각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일(현지시간) 뉴저지에 위치한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 본사를 찾아 바이오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SK 제공


◆최태원 회장 리더십, 불황 탈출 이끈다…반도체, AI가 중심

SK그룹이 리밸런싱을 진행하면서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선견지명을 통해 그룹을 키워왔는데 이번에도 그의 안목이 적중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 회장은 1998년 그룹을 이끌게 되면서부터 줄곧 혁신을 내세워왔고 이는 그룹의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내수 중심이었던 회사를 수출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1998년 재계 순위 5위였던 SK그룹은 현재 재계 순위 2위까지 올랐다.

특히 최 회장이 주도한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는 ‘신의 한수’라고 평가받는다. 인수 당시 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불황으로 인해 손실을 내고 상황이었다. 경영난까지 겹치면서 생산 차질도 빚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반도체 사업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은 강력하게 인수를 추진했고, SK하이닉스가 탄생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2위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SK그룹 내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리밸런싱에서 최 회장은 반도체와 AI(인공지능)를 중심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2주 넘게 미국 출장길에 오르면서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지난달에는 대만에서 웨이저자 TSMC 신임 회장과 만나 AI와 반도체 관련 협력을 도모하면서 미래 전략을 구상했다. 

그룹 반도체·AI 사업은 각각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AI 반도체,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AI 서비스 등을 담당하게 된다. 최 회장은 리더십을 통해 빅테크와 협업하며 반도체·AI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만큼 이달부터 본격적인 리밸런싱 작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또 오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로 이어지는 주요 경영회의체에서 그룹 리벨런싱 방안은 지속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태에서 배터리 사업 부진에 내부 분위기까지 좋지 않아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며 “최 회장이 반도체·AI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만큼 리밸런싱도 이에 맞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