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의 노사 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회사는 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 내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반도체 위기를 뒤로 한 채 HBM(고대역폭메모리)를 인질로 잡으며 생떼를 부리고 있다. 

전삼노 지도부는 지난 11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8인치 생산라인을 찾아 총파업 동참을 촉구했다. 8인치 라인은 레거시(성숙) 반도체 생산 라인으로 아직까지 인력 의존도가 높은 곳이다. 이 뿐만 아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가 주력 중인 HBM 생산에 차질을 빚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사측의 약점인 HBM 장비를 세우면 승리를 앞당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전삼노가 얻고자 하는 것은 노조원의 임금 차등 인상이다. 

사측은 난감하다. 경제적 부가가치(EVA)라는 사내 기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뒤흔드는 기준치를 노조 측이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국내 다른 기업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전삼노 조합원 대부분은 반도체 부문 소속으로, 반도체 경기가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는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성과급으로 받아왔다. 

하지만 반도체 부문 적자가 15조 원에 달할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에 과거만큼의 성과급이 없다고 파업을 강행한다는 것은 지나치다. 올해 들어 겨우 흑자로 전환하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는데, 노조는 타협보다 무리수를 택하고 있다. 격화하는 AI 반도체 시장 경쟁력 제고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삼성전자 내 노사 간 갈등을 주시하고 있다. 지켜보는 경쟁사들은 속으로 실컷 웃을 수도 있다. 노사 갈등 장기화는 곧 해외 고객사의 신뢰 하락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또 엔비디아로부터 HBM3E(5세대 HBM)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생산 차질로 선두에 있는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릴 수 있다. 어쩌면 업계 3위인 마이크론에게 맹추격 당할 수도 있다. 

내홍이 이어지는 동안 이미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는 급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AI 열풍에 따른 파운드리 주문이 급증하면서 아시아 기업 최초로 미국 증시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또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약 53조7736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근로자와 상생하며 혁신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제라도 파업을 마치고, HBM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시 한번 회사와 똘똘 뭉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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