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약 3조 2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1.5배에 달하는 수치인데, 고금리·경기부진 여파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한계차주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은행권의 연체율도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후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은행들이 올 하반기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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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약 3조 2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1.5배에 달하는 수치인데, 고금리·경기부진 여파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한계차주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올 상반기에만 3조 2704억원 가량의 부실채권을 상·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2조 2232억원 대비 약 1.47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3조 2312억원에 견주면 약 392억원 늘어난 셈이다.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는 지난 2022년 2조 3013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5조 4544억원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당시 은행에 자금을 빌린 대출자들이 대거 원리금 상환 불능에 놓이자,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부실채권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부실채권으로 인식해 '고정이하' 등급을 부여하고, 별도로 관리한다. 이후 은행이 사실상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할 경우, 장부에서 이를 없애거나(상각)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을 통해 헐값에 매각하는 편이다. 상각되는 채권은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많고, 매각되는 채권은 주택담보대출 채권이 많은 편이다.
이처럼 5대 은행이 지난달 부실채권을 대거 털어내면서, 역설적으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꽤 낮아지는 착시를 빚고 있다.
6월 말 5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로 추산된다. 이는 직전 5월 말 0.39%에 견줘 약 0.08%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NPL 비율 평균도 0.29%를 기록해 5월 0.34% 대비 약 0.05%p 개선됐다.
하지만 새로운 부실채권 증감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전월 말 대출잔액)에서는 전달과 격차가 크지 않았다. 6월 신규 연체율은 0.09%로 전달 0.10% 대비 약 0.01%p 하락하는 데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5월 연체율이 0.56%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 신규 연체율 0.03%에 견줘 격차가 극명하게 나뉘었다.
은행권은 금리인하 분위기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이 많다는 점을 들어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에서도 은행권에 가계부채를 비롯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을 이유로 은행권에 선제적 조치를 주문한 상태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은 지난 3일 은행권 부행장과의 가계부채 간담회에서 "최근 개인사업자대출, 가계대출, 부동산PF 대출 등의 연체율이 크게 높아지는 등 자산건전성 관리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에서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차주의 상환능력 내 대출관행을 확립해 가계대출 건전성을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당국은 이날부터 은행권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관리실태에 대한 종합점검을 실시하고, 실제 영업현장에서 대출자를 대상으로 DSR 규제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할 방침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금리·경기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 대출 상환유예 조치가 끝나면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며 "특히 개인사업자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데, 은행들이 당분간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부실채권 상·매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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