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자동차, 내년 말 서울·경기도 전시장 개장…2026년 1분기부터 차량 인도할 계획
유럽 및 미국 선진 시장 봉쇄 차선책으로 한국 시장 낙점한 것으로 분석돼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중국산 자동차 브랜드 지리자동차의 국내 진출이 예상된다. 앞서 BYD(비야디)도 연내로 국내 진출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공략이 가시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 지리자동차 싱유에L./사진=Wikimedia Commons


1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2026년까지 국내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자동차는 자사 브랜드 지커(ZEEKR)를 필두로 고급화 전략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커는 내년 말까지 서울과 경기도에 전시장을 연 뒤 2026년 1분기부터 차량 인도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에 내놓을 모델로 추정되는 모델은 지커001이다. 지커001은 주행 가능 거리 620㎞의 제원인 글로벌 겨냥 모델이다. 출시 당시 가격은 28만1000위안(한화 약 5206만 원)의 가격선이었다.

이는 앞서 국내 진출 의사를 밝힌 BYD와는 명백히 다른 행보다. BYD는 저가공세를 주된 무기로 삼았다면 지리자동차는 국내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지리자동차는 국내에서 생소하지만, 다수의 계열사 브랜드를 통해 이미 국내 시장에 진입해 있다.

지리자동차그룹이 지분을 보유한 브랜드는 △로터스 자동차(51% 합자회사) △볼보(82%) △폴스타(49.5%) △메르세데스-벤츠&지리(50% 합자회사) △애스턴마틴(17%) 등이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르노코리아의 지분(34.02%)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모델로 주목받았던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가 지리자동차의 싱유에L과 유사한 모습인 것도 이와 연관된다. 또한 내년 부산 신호동에 위치한 공장에서 폴스타4가 생산되는 것 또한 지리자동차의 영향이 크다.

이번 지리자동차의 한국 진출 결정은 중국 브랜드들의 아시아 시장 판세 확장의 일환이다. 중국 브랜드들의 아시아 판로 확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지속돼 왔다. 일본 완성차 브랜드들의 텃밭이었던 동남아 시장에서 주류로 올라타는 등, 내수에 집중돼 왔던 판매량을 해외로도 넓히고 있다.

   
▲ 브랜드별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그래프./사진=SNE리서치

일본 브랜드가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던 동남아 시장은 5년 사이 23만 대에서 15만 대로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공백을 중국 브랜드들이 전략기지 구축과 가격 경쟁력으로 대체하면서 부상하고 있다. 미국 CNBC보도에 따르면 지커는 지난 달 2만106대의 차량을 인도하면서 올해 상반기 인도량 8만7426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중국 완성차 브랜드들의 판세 확장은 유럽의 관세 문제와도 연관된다. 관세 문제를 우회하고, 유럽시장에서의 수익성을 상쇄할 중간 기지로 아시아 지역을 낙점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7.6%의 임시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는 등 무역 장벽의 턱을 높이고 있다. 미국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관세를 현행 25% 수준에서 100%로 인상하는 강수를 단행하기도 했다.

특히 지리자동차의 경우 본격적인 한국 진출에 나설 지 확실하지가 않은 BYD와는 다소 상황이 다르다. BYD의 경우 다른 중국계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해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점유율이 극히 미미하다. 전기버스 부문도 점유율이 미미하며, 일부 건설기계 쪽 제품이 들어오고 있을 뿐이다. 최근 전기차 인증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에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설 지는 아직 애매하다는 것이 BYD코리아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지리자동차는 지분을 가진 관계사들이 이미 국내에 많이 진출해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판로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지역에서 계속 중국을 견제할 것이 분명하기에 아시아 거점 마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에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고, 서비스센터 등 품질 관리를 해줄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는 이상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는 "시기와 시간에 대한 문제일 뿐 (중국 브랜드의 국내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며 "중국 브랜드의 경우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상품성같은 경우도 내수시장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정을 받는 분위기여서 저가 공세를 물리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을 받아들이면서 국내 브랜듣들은 적절히 대응해 나가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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