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홈쇼핑 업계와 IPTV·SO(케이블TV, 유료방송 사업자) 간 분쟁이 10여 년간 반복되는 가운데,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여 갈등이 수그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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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방송학회는 지난 2월29일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의 역무 구분과 홈쇼핑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최를 개최했다./사진=한국방송학회 제공 |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는 올해 송출수수료를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입장차를 좁히는 데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까지 장기전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과 한국TV홈쇼핑협회 ‘2023년도 TV홈쇼핑 산업 현황’ 등에 따르면, TV홈쇼핑 업체 7개 사의 총매출액은 5조5577억 원으로 전년(5조8721억 원)보다 5.4%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70억 원으로 35% 감소했다. TV홈쇼핑 7개사의 영업이익이 5000억 원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특히 TV홈쇼핑 업계 사상 처음으로 방송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이는 홈쇼핑 업계가 판매한 금액 70% 이상을 유료방송업자가 가져간다는 소리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SO나 IPTV, 위성방송에 콘텐츠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다. TV시청인구가 줄어들면서 생존위기에 처했지만, 송출수수료 부담은 매년 커진다고 홈쇼핑 업체들은 호소한다.
유료방송사들은 전체 수입원의 40% 수준을 송출수수료로 채우고 있는 만큼 양보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송출수수료의 총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결국 지난해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의 수수료 갈등으로, 홈쇼핑 업체들이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을 선언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했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수수방관’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홈쇼핑 송출료 대가검증협의체’를 만들고 운영근거를 마련했다.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상 대가검증협의체는 기본협상기간(5개월)과 추가 협상기간(3개월) 이후에도 합의되지 않거나 사업자 중 일방이 협의종료 의사를 밝히면 자동으로 열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까지는 한 차례도 실질적으로 가동된 바 없다. 강제성이 없는, 말 그대로 협의체에 불과해 실효성도 떨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정책 제안에 중소기업 전용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신설 논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유료방송사들은 홈쇼핑 업체들의 ‘채널 앞번호’ 경쟁으로 송출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내세워왔다. T커머스 신규 사업자가 추가되면 경쟁 심화로 수수료 부담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게 홈쇼핑 업계 분석이다.
정부가 데이터홈쇼핑 생방송 허용 요구를 수용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TV홈쇼핑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와 관련, 홈쇼핑 업계는 정부의 T커머스 신규 사업자 추가는 그저 유료방송사의 이익을 늘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그동안 신규 사업자 추가가 유료방송사들의 자회사들로 이뤄져 송출수수료 인상에 앞장섰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인 만큼, 사실상 새로 생길 신규 사업자 역시 기존 유료방송사의 자회사나 공영방송의 자회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의 역무 구분과 홈쇼핑 산업 발전’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당초 생방송 금지를 전제로 데이터홈쇼핑 사업을 승인한 정부 취지와 배치된다”며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변경은 시장 혼란을 야기한다. TV채널 난립으로 업계 전반이 출혈 경쟁에 돌입해 결국 산업 전체가 쇠퇴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홈쇼핑 관계자는 “이미 모든 홈쇼핑 업체들이 중소기업이나 지역 상품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편성하고 있고,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도 중기 판로 확대 목적으로 설립된 것 아니냐”며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T커머스 신설은 산업 전체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홈쇼핑 관계자는 “이미 산업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어서 대부분 홈쇼핑 업체들이 버티기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값싼 번호대로 이동하거나 송출 중단을 하려 해도 방송업자들이 오히려 안된다고 생떼를 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 관계자는 “현재 대가검증협의체가 ‘서로 더 얘기해봐라’라는 권고 수준의 역할만 하는데 더 유료방송사 편만 드는 방통위가 아닌 산업을 지킬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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