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김판곤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사퇴했다.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은 김판곤 감독의 거취가 마침 사령탑 자리가 공석이 된 K리그 울산 HD와 맞물려 상당한 관심을 모으게 됐다.

김판곤 감독은 16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말레이시아 대표팀 사령탑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김 감독은 "모든 분에게 전할 슬픈 메시지가 있다. 개인적인 사유로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응원해준 모든 분에게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판곤 감독은 2022년 1월 말레이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6개월 만에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김판곤 감독. /사진=말레이시아 축구협회 공식 SNS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이끌면서 김 감독은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 무엇보다 말레이시아를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말레이시아는 김판곤 감독의 지휘 아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에 올랐는데,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했던 2007년을 제외하면 43년 만의 아시안컵 본선 진출 쾌거였다.

말레이시아는 아시안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나 3차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3-3 무승부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끈 한국은 말레이시아전 무승부로 조 1위를 놓치고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당시 FIFA 랭킹이 한국 23위, 말레이시아 130위로 무려 107계단이나 차이가 난 데다 객관적 전력이 비교가 안되는데도 한국이 무승부에 그친 것은 수모였다. 김판곤 감독이 한국전에 착실히 대비한 결과였고, 클린스만 감독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김판곤 감독은 2025년까지 계약돼 있어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사퇴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개인적인 이유'라고만 밝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현재 감독을 급히 구해야 하는 팀이 있다. 바로 울산 HD다. 울산을 이끌어온 홍명보 감독이 최근 논란 속에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돼 팀을 떠났다. 시즌 중 감독 자리가 비게 된 울산은 감독 선임 작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김판곤 감독의 유력한 차기 행선지로 울산이 꼽히고 있다.

김판곤 감독은 현역 시절 울산에서 뛴 경험이 있다. 지도자로는 K리그에서 감독을 한 적은 없고 부산 아이파크, 경남FC에서 수석코치 등을 지냈는데 부산에서 감독 대행을 맡은 적은 있다. 홍콩과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뚜렷한 성과를 냈고,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으로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주도했다. 벤투 감독은 후임 클린스만 감독과 달리 성실한 태도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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