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의료기기 채택 및 판매 위해 임상연구를 판촉수단으로 활용
부당 임상연구비 제공 행위 등에 과징금 2억 8700만원 부과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임상연구를 자사 의료기기 채택 및 판매 증대를 위한 판촉수단으로 활용해 임상연구비를 제공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챙겨 온 ㈜제노스가 경쟁당국으로부터 덜미를 잡혔다. 

   
▲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식회사 제노스가 2016년 8월부터 2024년 7월 현재까지 자사 의료기기인 관상동맥용 약물방출스텐트의 채택 및 판매 증대를 목적으로 임상연구를 판촉수단으로 활용하기로 계획하고, 그 계획에 따라 전국 54개 병원에 임상연구를 제안해 이를 통해 자사 제품을 사용한 대가로 약 37억 원 상당의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 8700만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관상동맥용 약물방출스텐트(DES, Drug-Eluting Coronary Stent)는 심혈관계 협착 시 삽입해 물리적으로 관을 넓혀주는 튜브 모양의 정밀 의료기구로, 금속스텐트 관에 약물을 코팅해 일반 관상동맥용 금속스텐트에 비해 혈관 재협착 가능성이 낮은 특징을 가진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노스는 2015년경 자사 DES 출시에 대비해 시장안착과 사용유도를 위해 주요 병원 의료진에 임상연구를 제안하여 이를 매출과 연계할 본사 차원의 판촉계획을 수립하고, DES 출시 후에는 매년 목표 매출 달성을 위한 신규 임상연구를 사업계획에 반영하는 등 판촉계획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 본 사건 거래구조./표=공정위


특히 이번 사건 제품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의료기관이 비용을 직접 지출하지 않고 일상 진료하에서 임상시험 명목으로 연구비를 받을 수 있어 연구에 소요된 제품이 유상 판매될 경우 모집 환자(증례) 수와 매출이 직접적으로 연계돼 의료기관이 증례수를 늘릴수록 받게 되는 연구비 규모가 커지게 된다.

제노스는 구체적 판촉계획에 따라 임상연구와 관련된 세부업무를 연구개발 부서가 아닌 영업부서에서 주도적으로 수행했는데, 구체적으로는 영업부서 주도로 △연구기관을 선정하고 임상연구를 통한 판매 실적 관리 △계획수립, 임상시험 심사위 승인, 연구비 산정 등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 △임상연구 확보를 위해 제품 선택권을 가진 영향력 있는 의료진과 지속적으로 소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와 같은 판촉계획에 따라 의료기관과 동일‧유사한 내용의 임상연구 계약을 수년간 반복해 이어간 결과, 제노스의 DES 매출 상당 부분이 임상연구 계약을 체결한 의료기관과의 거래에서 발생했으며, 판매량과 매출액 역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실제 제노스의 DES 매출액은 2016년 약 3억 원이었지만, 2022년 말 기준 약 49억 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 영업부서 주도 의사결정 사례(업무보고, 회의록 등 발췌)./자료=공정위


공정위는 제노스가 임상연구를 자사 제품 채택 및 판매 증대를 위한 판촉수단으로 활용하기로 계획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연구비 명목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행위는 연구비 명목의 경제적 이익이 의료인의 의료기기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부당하게 경쟁 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한 행위(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료기기 제조사의 위와 같은 행위는 소비자가 의료기기를 직접 선택할 수 없는 의료기기 시장에서 제품 선택권이 있는 의사에게 부당하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보다는 의료인에게 이익이 되는 의료기기가 선택되는 왜곡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품 및 향응 제공 등 불법성이 분명한 판촉 수단뿐만 아니라, 일견 의‧약학적 목적으로 위장될 수 있는 임상연구 지원의 경우에도 그 주된 목적이 자사 제품 채택 증대라는 판촉목적인 경우,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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