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SK그룹의 에너지 사업을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이 합병하기로 결정하면서 자산 10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에너지 공룡이 탄생하게 됐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미래 에너지 산업 변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재무 안정성까지 확보하면서 SK온으로 인한 재무 부담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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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
◆미래 에너지 산업 전환에 합병 결정
1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합병안을 의결했다. 내달 2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승인되면 오는 11월 1일에 합병법인이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양사가 합병을 완효하게 되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난다. 국영 에너지 기업을 포함하더라도 9위에 등극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부상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을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는 미래 에너지 산업의 전환이 꼽힌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8일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 시장에서 전기차 캐즘 현상, 인공지능(AI)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 고객사들의 넷제로 요구까지 겹치면서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었다”라며 “SK그룹 차원에서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필요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두 회사의 통합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앞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SK온의 재무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합병 요인이다. SK온은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최근 전기차 캐즘까지 겹치면서 올해 2분기 역시 적자가 예상된다. 누적적자가 2조6000억 원에 달하는데 대규모 투자까지 이뤄지고 있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재무적 부담에 시달려왔다.
시장 내에서도 이러한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는데 이번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재무적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됐다. SK E&S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3000억 원을 올리면서 캐쉬카우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SK온의 투자자금 수혈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먼저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을 통해서도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해졌다.
박 사장은 “SK온이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안정적인고 보완적인 수익 창출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앞으로 트레이딩 사업과 탱크터미널 사업에서 나오는 연간 5000억 원 규모의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를 기반으로 배터리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 미래 전기차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온도 현재 여러 가지 자금 조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중요한 투자들은 마무리가 되는 시점이고, 내년이 되면 자금 부담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너지 창출 효과 연간 2조2000억원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이 주요 사업이었는데 SK E&S의 LNG·재생에너지·수소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SK E&S의 전기·가스 관련 역량과 SK이노베이션의 R&D 역량이 시너지를 내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시너지를 내기 위한 TF도 구성할 방침이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국내 최대 에너지 회사이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브랜드, R&D 역량이 있는 반면 전기 사업에서는 역량이 부족했다”며 “SK E&S는 국내 1위 민간 발전회사이고 전기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갖고 있는 만큼 시너지를 통해 미래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 간 합병 시너지 창출 효과는 연간 2조2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또 현재 양사 합쳐 5조8000억 원의 EBITDA 규모는 2030년에는 20조 원 규모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SK E&S가 향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 사장은 “상장은 전혀 의미 없는 내용”이라며 “SK E&S가 갖고 있는 기존 조직이 보유한 결집력, 역량이 훼손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정책에 관해서는 “양사의 현재 수익력과 미래 성장분야를 감안하면 적정수준으로 판단되며, 앞으로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SK온이 상승기로 돌아서면 주주환원정책을 더 펼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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