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보다 ‘당대표’…줄 세우기와 계파 갈등 심화 문제 지적에 당원도 외면
이름도 공약도 모르지만 당대표 후보 믿고 후원금 쾌척 ‘인기투표’ 전락
[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의 ‘러닝메이트’ 제도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러닝메이트 취지와 효과가 발휘되기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당 내부는 물론 당원들 사이에서도 러닝메이트 제도 존치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중 러닝메이트를 구성해 출마한 후보는 한동훈, 원희룡 2인이다. 나경원 후보는 러닝메이트 폐해를 지적하며 구성하지 않았으며, 윤상현 후보는 러닝메이트 제도가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가장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는 곳은 ‘팀 한동훈’(한동훈·장동혁·박정훈·진종오)이다. 이들은 합동연설회 등에서 서로의 이름을 외치며 지지를 호소하며 공동 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 후보의 경우 청년최고위원 러닝메이트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해 인요한 최고위원 후보만 러닝메이트로 활동하고 있다. 

   
▲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한동훈 당대표 후보 지지자들이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후보를 홍보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두 당대표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선거 운동에 나선 것에 내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러닝메이트가 ‘줄 세우기’ 정치의 연장선이자 ‘계파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7·23 전당대회부터 러닝메이트 공식 등장 ‘이준석 사태’ 방지 차원

국민의힘 러닝메이트는 이번 7·23 전당대회에서 공식 등장했다. 한동훈 후보가 러닝메이트 정치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1차 전당대회 당시에는 러닝메이트가 없었으며, 3차 전당대회에서는 비공식적으로 러닝메이트가 존재했다. 다만 이들은 ‘친윤’이라는 계파를 앞세웠을 뿐 현재와 같이 당대표 후보부터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이 공식적으로 모두 한 팀을 이루지는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러닝메이트가 전면에 등장한 배경에는 이른바 ‘이준석 사태’를 예방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사태는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던 이준석 전 대표가 ‘친윤’계의 반란으로 직을 상실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강제 전환된 사건이다. 

따라서 현재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고 있는 한 후보가 당권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우호적인 최고위원 2명 확보가 필수적이다. 국민의힘 당헌 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할 경우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러닝메이트는 사실상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당심 들어보니 러닝메이트 ‘부정적’ 효과 더 커 존치 이유 의문

‘생존’의 목적으로 출발한 러닝메이트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 정치권에서 지적되고 있는 줄 세우기, 계파 갈등 심화 등의 문제를 당원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만난 60대 책임당원 김 모씨는 “한 후보를 지지한다. 하지만 당대표를 지지한다고 해서 최고위원도 러닝메이트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 원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50대 오 모씨는 “2표가 있으니 한 표는 러닝메이트 후보에게 또 다른 표는 소신껏 투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러닝메이트에게 투표를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닝메이트가 개인 경쟁력과 당 발전을 위한 비전을 밝히기보다 당대표 후광에 집중하고 있어 당을 이끌어갈 지도부 일원으로 적합한지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패거리’ 정치에 대한 반감과 이를 통해 계파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러닝메이트를 외면하는 이유로 언급됐다. 실제 일부 당원들은 “지지하는 당대표 후보의 러닝메이트에 투표하지 않더라도, 경쟁 후보 러닝메이트만큼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닝메이트로 인해 계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지하는 당대표 후보의 러닝메이트를 응원한다고 밝힌 당원들에도 ‘맹목’적인 지지라는 문제가 포착됐다. 이들은 러닝메이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부재함에도 당대표 후보의 선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지지하는 당대표 후보와 러닝메이트 모두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힌 60대 이 모씨는 “당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또 그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러닝메이트가 당선돼야 한다. 당대표 후보는 물론 러닝메이트에게도 모두 후원금까지 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러닝메이트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러닝메이트) 후보의 정확한 이름도 공약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응원하는 당대표 후보와 함께한다고 하니 믿고 지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을 이끌어갈 인재를 선택하기보다 당대표 후보의 후광을 받는 ‘인기투표’라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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