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민국 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울버햄튼)이 인종차별을 당한 데 대해 대한축구협회(KFA)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FIFA(국제축구연맹)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대한축구협회는 18일 공식 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는 7월 18일 FIFA에 보낸 공식 레터를 통해, 황희찬(울버햄튼) 선수가 최근 연습경기에서 상대팀 선수로부터 당한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축구장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을 예방, 근절하기 위해 FIFA가 가해자들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 대한축구협회가 황희찬의 인종차별 피해와 관련해 항의 서한을 FIFA에 보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축구협회가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의 인종차별 피해에 대해 FIFA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며 조치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황희찬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선수의 소속 구단이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도 하지 않고 황희찬과 울버햄튼 선수들 탓만 하는 황당한 입장을 밝혀 한국 축구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튼은 지난 16일 스페인 전지훈련지에서 이탈리아 세리에A 승격팀 코모 1907과 친선 연습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후반 교체 출전했던 황희찬이 코모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고, 이에 격분한 황희찬의 팀 동료 다니엘 포덴세가 해당 선수를 주먹으로 응징해 퇴장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울버햄튼 구단은 즉각 유럽축구연맹(UEFA)에 제소할 방침을 밝혔으나, UEFA는 이번 사건이 친선경기에서 벌어졌고 자신들이 주관한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인종차별 건을 조사할 수 없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코모 구단이 "(황희찬에게 인종차별을 했다는) 해당 수비수에게 물어보니 동료에게 '황희찬을 무시해라. 그는 자신을 재키 찬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황희찬의 팀 동료들도 그를 '차니'(Channy)라고 부른다. 우리 선수들의 모욕적인 발언이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황당한 해명을 하며 "일부 울버햄튼 선수들로 인해 이번 사건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실망스럽다"며 황희찬과 울버햄튼의 과민 반응 때문이라고 적반하장식 입장문을 내놓았다.

   
▲ 황희찬이 인종차별을 당한 가운데 가해 선수의 소속 구단 코모가 '별 일 아닌데 울버햄튼 측이 과잉 반응한다'는 식의 입장문을 내놓아 공분을 샀다. /사진=울버햄튼, 코모 SNS


팬들의 여론은 들끓었고, 황희찬은 개인 SNS에 자신을 지지해준 팀과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의 모든 부분에서 용납될 수 없다"며 "인종차별이 설 자리는 없다"고 코모 구단과 가해 선수에게 일침을 가했다.

황희찬의 이 게시물에는 대표팀 선배이자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댓글로 "난 항상 네 곁에 있다"고 격려하며 '인종차별이 설 자리는 없다'는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손흥민 역시 인종차별을 많이 당해봤기에 황희찬의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힘을 실어준 것이다.

축구협회도 이번만큼은 방관하지 않고 FIFA에 공문까지 보내 인종차별로 피해를 당한 우리 선수 보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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