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청문회에 수사외압 '키맨' 대부분 불참…임성근, 증인 선서 번복
이성윤, 주진우 향해 "증인석 앉을 사람" 주 의원 "특정 안 된 44초 통화"
이종섭 전 국방장관 "대통령실 전화번호, 쟁점 될 수 없고 밝힐 수 없다"
민주당, 부대방문시 찍힌 사진 추궁했지만 임성근 "언론 나온뒤 알게 됐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1차 청문회를 열었지만, 핵심증인 9명이 빠진채 사실상 반쪽으로 출발하게 됐다. 이날 청문회에서 확인된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일부 증인과의 질의에서도 새로 밝혀낸 건 없었다.

청문회 개최부터 회의장 입장을 놓고 물리적 충돌을 일으킨 여야는 이날 오전 내내 고성을 동반한 공방전을 펼치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간의 연결고리를 밝히기 위해 여러 질의를 던졌지만 임 전 사단장은 전면 부인했다.

이날 열린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서 가장 먼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자리는 증인석이었다.

핵심 증인 대부분 불참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참석했지만, 당초 청문회 참석 뜻을 밝혔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불참했다.

또다른 핵심 증인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김형래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실 행정관, 이윤세 해병대 공보정훈실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 박종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이날까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청문회장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 모두 야권에서 수사 외압 의혹의 '키맨'으로 꼽힌다.

가장 주목받는 핵심 증인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이날 오전 또다시 증인 선서를 거부했지만, 오후 이를 철회하고 증인 선서를 하기도 했다.

   
▲ 19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1차 청문회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사진 우측에서 두번째) 등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우측에서 세번째)은 증인선서를 거부하고 있다. 2024.7.19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이날 증인 선서에 동참하면서 "오해 받지 않고 당당히 진술하려 선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작된 법사위 청문회 질의에서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공수처로부터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당했는데 왜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을 거부하느냐'고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묻자 "알려줄 의사가 있다"며 "(그런데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해,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이에 박균택 의원이 "참 특이한 분을 만났다"며 "(그렇다면) 금년 1월 압수수색 후에 휴대전화를 마련했느냐"고 묻자, 임 전 사단장은 "마련했다"고 답했고, 그러자 박 의원은 휴대전화 검증에 동의를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임 전 사단장은 "동의할 수 있다"며 제안을 수용했고, 박 의원은 "법사위원장 통해 의결 받고, 조치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전화번호 관련 '여야 설전'

이날 여야 간 설전이 오고 간 지점은 대통령실 번호인 '02-800-7070'을 놓고서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이 번호를 통해 국민의힘 법사위원인 주진우 의원이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지내면서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주 의원이 청문회에 참여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이해 충돌'을 지적한 것이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이날 주 의원을 향해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증인석에 앉을 사람"이라고 비판했고, 장경태 민주당 의원 또한 주 의원에게 "증인석에서 법적 책임을 다하고 질의하라"고 말했다.

이에 주 의원은 "누가 사용했는지도 특정 안 된 그 44초 통화로 이해충돌에 걸리나"며 "같은 발언을 법사위 회의장이 아닌 외부에서 한다면 법적조치를 하겠다"고 반박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에 대해 "국회법상 주 의원을 배제할 방법은 법사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윤리위에서 배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오면 위원회 의결로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윤리위도 구성되어 있지 않고 그 절차를 밟지 않아 당장 배제할 권한이 없다"고 정리했다.

이어서 이건태 민주당 의원이 주 의원을 향해 "02-800-7070으로 통화한 건 누구였나"고 물었고, 주 의원은 "내가 증인인가"라고 반문하고 나섰다. 그러자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들어야 한다"고 거들었고, 이에 주 의원은 "제가 44초간 통화하면서 어떤 대화를 했다는 거냐"고 재차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정 위원장이 주 의원에게 "누구와 통화했는지 밝히겠냐"고 재차 물었고, 이에 주 의원은 정 위원장에게 "이런 식으로 하는건 불법"이라고 반박했다. 정 위원장이 재차 "밝힐 수 없다는 것이냐"고 묻자, 주 의원은 "밝힐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1년 전 44초 일반 전화로 통화한 것을 다 기억하냐"고 정 위원장에게 되물었다.

주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프레임을 씌워 마치 대통령과 통화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것 같은데 하나만 묻겠다"며 "거기 보면 국토부 장관 비서관과도 통화한 게 있다, 대통령이 비서관하고 직접 통화를 하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년 전에 대통령실 일반전화로 제가 44초간 통화를 했다는데, 일반전화 한 통밖에 없다는 것 자체가 저에 대한 의혹 제기가 근거가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또한 이날 박균택 의원의 관련 질의에 "그 전화(번호)는 쟁점이 될 수 없다"고 답하자, 박 의원이 '쟁점 여부가 아니라 누구의 것인지 묻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이 전 장관은 "누구와 통화했는지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1차 청문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7.19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째려봐서 퇴장시키겠다?

오전에 이어 오후 열린 청문회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건 정청래 법사위원장이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저를 계속 째려보고 있어 의사진행을 하기 상당히 불편하다"며 "5분간 계속 쳐다본다면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판단해 국회법 145조 2항에 의해 퇴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법사위 직원을 따로 불러 "(곽규택 의원이) 5분간 계속 쳐다보는지 촬영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곽 의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민주당, 임성근 전 사단장 추궁했지만…

오후 국회 법사위 청문회의 중심 인물은 임성근 전 사단장이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임 전 사단장 간의 연결고리를 밝히기 위해 여러 질의를 던졌지만 임 전 사단장은 부인하고 나섰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 전 대표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송호종 씨가 함께 해병대 1사단을 방문했을 때 사진을 입수했다면서 이를 공개했다.

장 의원이 '당시 방문 이후 골프모임 단톡방이 생긴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임 전 사단장은 "이 전 대표는 모른다"며 "언론에 나온 뒤에야 '저런 분이 계셨구나' 하고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한 임 전 사단장은 해당 사진에 대해서도 "훈련 당시 저는 배 안에 탑승해 있었다"며 "이종호 씨는 모르고, 송호종 씨의 경우 훈련을 마친 뒤 한두달 후 나에게 '다녀왔다'고 얘기해서 방문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서 임 전 사단장은 정청래 위원장이 "사령관이 누군가와 함께 부대를 방문했는데 누구와 함께 온 건지 확인을 안 했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사령관이 오신 건 알지만 옆에 민간인이 누가 왔는지는 몰랐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