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2단계 유예에 집값상승 더해져 패닉바잉 열풍 가속화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당부에 발맞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격주 단위로 줄인상하고 있지만, 신규 주담대가 이달에만 약 3조 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으로 차주(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늘어났음에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 시 희망하는 한도만큼 대출을 못 받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최근 가파른 집값 상승 여파로 패닉바잉 열풍까지 더해져 주담대가 폭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당부에 발맞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격주 단위로 줄인상하고 있지만, 신규 주담대가 이달에만 약 3조 60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555조 712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552조 1526억원에 견주면 13영업일만에 약 3조 5597억원 불어난 셈이다.

5대 은행의 신규 주담대는 올 상반기에만 22조 2604억원 급증했다. 특히 2분기에 증가폭이 두드러졌는데, 4월 4조 3433억원, 5월 5조 3157억원, 6월 5조 8467억원 등 매월 증가폭도 커졌다. 

대세 하락 흐름을 보이는 신용대출과 달리 주담대 공급액이 매달 급격히 불어나면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완급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리인상으로 대출수요 억제에 나섰다. 요건에 따라 우대해주던 가산금리를 축소 조정해 궁극적으로 대출자가 누릴 수 있는 이자 혜택을 축소하는 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이달 1일 주담대 가산금리를 0.20%포인트(p)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국민은행이 3일 주담대 금리를 0.13%p, 11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0%p 각각 인상했다. 이어 우리은행이 지난 12일 주담대 금리를 0.1%p 인상했고, 신한은행도 지난 15일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0.05%p 올렸다. 

하지만 이 같은 금리인상에도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들은 금리를 추가 인상하거나 인상을 계획 중이다. 사실상 격주 단위의 금리인상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8일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0.20%p 올렸다. 신한은행은 오는 22일 은행채 3년물·5년물을 준거금리로 하는 대출상품의 금리를 0.05%p 인상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24일 아파트 담보대출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대출금리를 0.20%p 인상하고, 아파트 외 주담대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는 0.15%p 인상한다. 또 전세대출 2년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도 0.15%p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업계는 거듭된 금리인상에도 불구, 주담대 수요가 당분간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대출한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9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 까닭이다. 현재 은행권은 스트레스DSR 1단계 규제에 따라, 대출자의 주담대에 상환 가능한 수준의 대출한도를 책정하고 있다. 대출금리에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의 25%를 추가 부과해 대출한도를 도출하는 식이다. 

하지만 9월에는 DSR의 범위가 '주담대'에서 '주담대+신용대출'로 확장되고, 스트레스금리로 0.75%p를 가산해야 한다. 이미 빚이 있는 대출자라면 대출한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만큼, 9월 전까지 내 집 마련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같은 우려와 공포는 최근 너도 나도 주택을 구매하는 '패닉바잉'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서울은 17주 연속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7월 셋째 주(15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5% 상승해 지난주 0.04%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수도권 상승폭이 전주 0.12%에서 0.13%로, 서울이 0.24%에서 0.28%로 각각 올랐다. 특히 서울은 지난 2018년 9월 3주차 0.26%를 약 5년 10개월 만에 경신하게 됐다. 

대출규제가 사실상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꼴인데,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거듭 인상하고 있어 궁극적으로 예비 대출자들이 부담해야 할 빚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1~2%대일 과거를 생각하면 현 수준의 금리는 굉장히 부담이었는데, 오랜 기간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대출자들이 어느정도 면역을 갖춘 것 같다"며 "그 와중에 부동산거래량이 서울의 경우 계속 늘다보니 (가격이) 더 올라간다는 심리가 작용해 대출러시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2단계 규제가 본격화되면 대출금액이 지금보다 적게 나오니 영끌 대출수요는 필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차주가 대출기간을 늘리거나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한도를 늘릴 수 있다. 한도가 예상보다 많이 나온다면 매수열풍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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