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 커지고 글로벌 핵질서 변화…2030년 北핵탄두 300발
북은 자의적 핵선제사용 선포…러시아는 New START·CTBT 탈퇴
트럼프측 “美5개도시 핵공격 위험…韓의 핵옵션 허용이 국가이익”
“한미NCG 완성하고 美핵정책 변경 설득, NPT 예외 동의 확보해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미국과 러시아가 정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된 상태이다. 여기에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핵보유 주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핵무장과 핵비확산 중 어느 쪽이 이익인지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다. 또 한국의 핵정책을 수립한다면 북한 핵태세뿐 아니라 글로벌 핵질서의 변화 추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를 대비해 한국의 핵무장 전략은 정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사)플라자프로젝트와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가 공동주최해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의 안보 상황과 북한 핵위협’ 세미나에서 박영준 국방대학교 교수는 “현재 북핵 고도화는 물론 글로벌 핵질서가 동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의 핵정책은 이미 국제사회와 약속한 핵학산금지조약(NPT)과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국제 핵규범 및 미국과 합의한 원자력협정·핵협의그룹(NCG) 프레임 안에서 단계적 시나리오 대응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먼저 북한의 핵능력과 관련해 “북한은 2017년까지 6차례 핵실험을 통해 우라늄탄, 플루토늄탄, 수소탄의 핵능력을 개발했고, 운반수단으로 중거리 및 장거리 ICBM, 수중발사 미사일 SLBM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 보유한 30~100여개의 핵탄두가 2030년까지 300개로 늘어날 것이다.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전술핵 200발과 주일미군 및 미 본토 타격용 전략핵탄두 100발을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정책을 보면 2022년 9월 공표한 핵무력법에 따라 핵선제사용이 가능하게 됐다. 5가지 핵선제사용 범위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핵선제사용에 대해 북한은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한 경우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불가피할 경우 ▲기타 국가 존립과 인민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로 설정했다. 이는 북한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엄포이다. 

또한 북한은 핵선제사용 범위와 관련해 ▲국가지도부나 국가핵무력지휘기구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도 별도로 명시했다. 핀셋 공격을 예방하려는 의도이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미국과 러시아 간 핵군비통제 질서가 와해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에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밝히면서 벨라루스에 전술핵 재배치를 완료한 상태”라면서 “더구나 러시아는 미국과 2010년 체결한 New START 조약을 2026년 조약 만료 시점에 탈퇴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아울러 CTBT에서도 탈퇴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에 거즈를 댄 채 등장했다. 2024.07.17./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러시아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1550발의 핵탄두 및 2000발의 전술핵탄두는 2026년 대폭 증가할 전망이며, 중국 역시 핵전력을 증강할 것으로 보여 2030년 중국의 전략핵탄두는 1500발까지 증강할 것으로 박 교수는 예상했다. 아울러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와중에 이란도 핵개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란 대통령의 급사 이후 이란 내 독자 핵개발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럴 경우 NPT 체제에 동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북한의 핵위협 수준이 고도화되고, 러시아가 중국, 이란이 주도해 NPT 체제가 흔들릴 우려 외에도, 미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우리의 핵정책이 자연스럽게 바뀔 가능성도 대두된다. 박 교수는 지난 5월 21일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에서 트럼프의 측근인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를 초빙해 간담회를 열었을 때 조 바이든 정부에서 체결된 한미 NCG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콜비는 당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 미 NCG 정책은 불합리하고, 북한 등의 전략핵 공격 가능성을 높이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반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는 미국 내 5개 도시가 북한 등의 전략핵 공격을 받는 위험이 있으므로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에 핵우산 및 확장억제를 제공할 수 없으며, 한국 등의 독자적 핵옵션을 허용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더 기여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아울러 그는 미국의 제1, 2 위협은 중국과 러시아이며, 북한은 그 다음 고려 대상이라고 밝히면서 주한미군의 주임무도 중국 견제로 변경되어야 하고, 한국군은 독자적 대북억제능력 강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후보 첫 TV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하고 있다. 2024.6.28./사진=연합뉴스

따라서 한국이 핵정책을 추구한다면 3단계로 각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첫 번째 현재 바이든 행정부와 합의한 NCG 프레임 안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실효성 확보에 노력해야 하고, 두 번째 미국 내 정치변화로 확장억제 공약 약화 및 핵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세 번째 한국과 일본에 핵잠재력을 허용해 조건부 핵무장 옵션을 허용할 것을 설득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선, 한미 NCG에 따라 미국의 핵억제 능력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최대한 결합하는데 노력해야 하고, 신설되는 전략사령부의 임무와 능력에 반영해야 한다”면서 “다음, 현재 수준의 미국의 핵정책으로 러시아-중국-북한의 핵능력이 연합할 때 대응하기 힘든 점을 미국의 조야에 전달해 미국의 핵정책 변경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에 대응하는 미국 핵능력 및 군사력 증강에 동맹으로서 기여할 수 있다고 제시하면서, 러시아 국영기업인 로사톰(ROSATOM)에 의존하는 미국 원자력발전소의 핵연료 공급을 위해 미국-한국-일본이 공동협력할 수 있다고 밝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미 해군의 능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한국 조선소들이 미 캘리포니아 연안에 조선소 건설을 지원하고, 미 해군 공급 함정 및 잠수함 건조도 지원할 수 있다고 제안하는 등 미국의 동맹국 확장억제 지원에 필요한 핵무기 증강 비용에 대한 공동부담 용의도 밝혀야 한다”며 한국도 미국에 대한 보상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그 다음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수준을 미일 원자력협력협정 수준으로 개정하고, 한국을 NPT 10조의 예외 적용 국가로 인정할 것을 미국에 요청해야 한다. 국제기구에서의 동의도 확보받아야 한다”면서 “결국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조건부 핵능력 보유 방향으로 한국의 정책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기존 한미 NCG를 앞으로 한미 핵 기획 및 운용 공유 체제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차기 미 대통령이 누가 되든 북중러 핵능력 연대에 맞설 한미일 연대 강화를 우리 핵정책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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