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케이시 켈리(35)도 가족들도 LG 선수단도 팬들도 모두 울었다. '잠실예수'가 잠실과 LG를 떠나는 날 하늘도 눈물같은 비를 쏟았다.
켈리는 20일 잠실 두산전에 LG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LG에서의 마지막 등판이었다.
이날 경기가 열리기에 앞서 LG는 켈리와 이별을 미리 알렸다. 켈리를 21일자로 웨이버 공시하기로 했으며, 그를 대체할 새 외국인 투수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총액 44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켈리는 LG에서 방출이 확정됐지만 이날 선발을 자청했다. 켈리는 최선을 다해 피칭을 했고, LG는 2회말까지 6-0으로 크게 앞섰다. 3회초 수비 때 폭우로 경기가 중단됐고, 1시간 이상 기다렸으나 비는 그치지 않았다. 경기는 재개되지 못한 채 노게임 처리됐다. 켈리는 계속 몸을 풀며 경기 재개를 기다렸으나 끝내 다시 마운드에 오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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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를 떠나게 된 켈리가 20일 잠실 두산전 우천 노게임 후 고별행사를 진행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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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를 떠나게 된 켈리가 20일 잠실 두산전 우천 노게임 후 고별행사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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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를 떠나게 된 켈리가 20일 잠실 두산전 우천 노게임 후 고별행사에서 LG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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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를 떠나게 된 켈리가 20일 잠실 두산전 우천 노게임 후 고별행사를 진행하면서 LG 동료들과 작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홈페이지 |
그렇게 켈리는 LG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등판을 마쳤고, LG 구단과 선수단이 마련한 고별 행사가 진행됐다. 비가 퍼붓고 경기가 노게임 처리됐지만 LG 팬들은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떠나는 켈리를 격려해줬다.
LG 선수들은 6년간 정든 켈리와 작별에 눈물을 흘렸고, 켈리도 울었다. 켈리의 활약상과 추억이 담긴 영상이 전광판에 흘렀고 LG 선수들은 켈리와 포옹하고 헹가래도 쳐줬다. 켈리는 큰절로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고, 팬들은 눈물과 빗물이 얼룩진 얼굴로 '켈리!'를 연호했다.
켈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작별'을 할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2019시즌 LG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해 에이스로 활약하며 올해까지 다섯번이나 재계약을 했다. 지난 5년간 모두 두자릿수 승리를 올리는 등 통산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LG에서 가장 오래 활약하면서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린 외국인 투수가 바로 켈리였다. 켈리의 73승은 니퍼트(102승) 리오스(90승) 소사(77승)에 이은 KBO리그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공동 4위(밴헤켄)에 해당한다. LG 구단에서 국내 선수를 모두 포함해도 켈리는 김용수(126승) 정삼흠(106승) 김태원(85승)에 이은 역대 최다승 4위다. LG가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데도 켈리는 당당히 한 몫을 해냈다.
다만, 켈리는 올 시즌 구위가 떨어지며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로 예년에 비해 부진했다. 로테이션을 꼬박 지키고, 호투한 경기도 많았지만,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LG가 켈리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결국 LG는 켈리를 떠나보내기로 결정하고, 이날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눈물의 이별은 불가피했고, 아늘도 울었다.
한편, 켈리의 대체 선수로 LG 유니폼을 입게 된 에르난데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99경기 등판해 10승 22패 평균자책점 5.10의 성적을 낸 우완 투수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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